고등학교 때 나름 만화 그린답시고 끄적이고 놀던 시절이 있었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미술부 녀석들한테 스크린톤 뺏어쓰고(..) 날마다 그림 카피한다고 뒹굴면서 미대 가려고 머리 싸매는 녀석들 꽤나 귀찮게 굴어대며 같이 그림 그리고 배우고 뒹굴던 시절.
그게 97-98년도였으니 벌써 8년전 얘기가 되어 버렸다.
그 미술부 부장이라는 타이틀 달고 특히나 신났던 JINS라는 녀석 후배 녀석들 전시회 준비하는 거 보러 오는 겸 서울 올라 왔다고 종로에서 일 끝난 밤 11시에 집결해서 피맛골을 갈까 하다가 그냥 아예 이것저것 사들고 GONS 집으로 와서 발 닦고 작정하고 마시기 시작.
이어지는 내용
고등학교 졸업하고 03년에 상병 휴가 나와서 잠깐 보고 그 뒤로 처음 보는 거니 3년 - 2년 간격에 겨우 2번 본겐가. 나름대로 고등학교 때에는 옆반이라 지겹게도 봤었는데 막상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 올라와 버리니 보기도 힘들고 거기에다 또 1년차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군대 갔다오고 바로 일본 날아가 1년 외국인 노동자 생활 끝내고 오니 이번엔 녀석이 1월 10일 비행기로 일본으로 날아간단다. 짧아도 3년 정도 생각으로. 잘 풀리면 아예 눌러 살 작정으로.
아침 7시가 되어 날이 밝아올 때까지 무슨 쏟아낼 얘기가 그리 많았던 겔까. 술취하지도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이래 마셔본 것도 정말 오랜만인 듯. 같이 그림 그리고 놀 때엔 그저 근심 거리 하나 없이 놀기 바빴었는데. 이제 나름 시간도 흘러 만으로 겨우겨우 20대 중반이라 우기는 지금 이리저리 길은 뚫어보지만 막상 확신은 들지 않아 불안해 하고.
그 와중에 예전 홈페이지에 연재하던 만화가 책으로 출판되게 되었다는 선뜻 믿기지 않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들었다. 1월중 출간 예정이라는군. 맨날 가서 그 만화 게시판 밑에 악플 달며 시덥지 않은 장난 쳐 댔었는데 코믹행사에서 부스 받아 홍보 중에 출판사 사장과 계약을 했다대. 불안하다 이상하게 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만 결국 그것도 능력이다, 녀석아. 노력한 것 하나 없이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가 아니라 네가 만든 거라구. 일본에 있다는 핑계로 입닦지 말고 나오면 사인해서 당장 하나 보내. 크크.
계정이 만료되어 이제 어디에다 그림 올리고 놀지 하는 녀석을 반강제로 이글루스에다가 주저 앉혔다. 온갖 감언이설로 .. 일본생활도 전해달란 얘기지.=) 아직은 좀 휑하긴 하다만 당신 디자인 센스를 타노시미로 기대하고 있겠삼.ㅎ
책이 나가고 안 나가고 인세를 많이 받고 덜 받고를 떠나 이제 갓 20대 중반에 걸친 나이에 자기 이름 박힌 책 나오는게 그저 기쁘다, 결과 좋지 않아도 후회는 없을 거 같다라는 얘기 꽤 공감했다. 내가 나중에 과연 무슨 짓을 해서 먹고 살든지 간에 내 얘기 내 생각을 담은 책이 전국 서점에 깔린다는거.
결과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결과를 일단 떠나 그 자체로 충분히 가슴 뛰는 일 아닐래나.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해버리는.
출국 준비 잘 하고 건강해라. 06년이 될지 07년이 될지 모르지만 도쿄 한 번 형님이 날아가 드리마.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