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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2006/01/28 01:34
나에게 <왕의 남자>는...  / 희미님 블로그에 트랙백 드립니다.

원문 글에서 희미님과 덧글로 대화를 나누다 문득 들게 된 생각이 있어 잠시 남겨 봅니다. 그러고 보니 꽤 난리 났던 이야기인데 이제서야 생각을 조금 쓰네요. 희미님 공격하려 쓰는 글이 절대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 전부터 쓰려던 글인데 이제야 생각났을 뿐입니다. =)

음 .. 글쎄요. 저는 청연이 친일을 미화한다기 보단 당시 시대상을 가감없이 그려 보여주면서 ..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개인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국민들에 대해서도 역시 애국지사 아니면 친일파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도 꽤나 위험하다고 생각하구요. 그 사이에 끼어 고민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시대가 끄는대로 끌려갔던 보통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거거든요. 그래서 영화가 이런 자세로 접근을 시도한 것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높게 쳤던 거구요.

친일 .. 이라는 코드가 분명 대한민국에서 어떤 성역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만 .. 재미있는 건 일본 주요 일간지 산케이 신문의 한 일본인 기자가 청연을 보고 "친일 논란 영화 청연 - 결국 지긋지긋한 반일 영화였다"는 식의 기사를 썼던 게 기억에 남네요. 친일을 미화했다며,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을 영화의 모델로 삼았다며 영화를 조기 종영 사태로까지 몰고 가던 그 무서운 손가락들과, "또 나온 지긋지긋한 반일 영화"라는 일본 기자 사이의 그 괴리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 라는 생각에 조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해당 기사 스크랩해둔 게 있었는데 시간 나는 대로 한 번 소개드려 보겠습니다.

조금 뒷북이긴 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 다른분들 생각이 궁금하군요. 얘기를 한 번 해 봅시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개중에 이런 얘기 나오면 영화 퀄러티 자체가 떨어지는 걸 무슨 친일 논란의 피해자인 양 변명한다는 의견도 있던데 확실히 해 두겠습니다. 청연의 영화적 퀄러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연 한 인물이 친일 논란이 있다고 해서 그 인물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원죄가 되는 건가요? 주장대로 실제로 청연이 과연 친일 행적을 미화해 표현한 것인가도 전 의문이구요. 개봉 관객 50만을 가까스로 넘긴 스코어 남기고 영화는 이미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된 마당에 .. 그 영화 보고 난 50만명 관객들이 그토록 영화가 친일 행위를 미화했다고 주장하는 걸까요? 정작 제 주변에서 청연 보고 나온 친구들은 미화한 건 아니지 않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만.

실제로 보지도 않은 채 영화가 친일 행위를 미화했으니 보지 않겠다라는 주장과 동조는, 그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치어걸 운운으로 맨 처음 직격탄을 날린 오마이뉴스에 대해서야 자기 할 말 했을 뿐일테니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탓할 자격도 없고 그걸 탓해서도 안 되겠죠. 다만 그 뒤에 이어진 청연 안 보기 운동 카페라던가 .. 제작 과정에 일본 자본이 투입되었다더라 식의 "악성 루머"라던가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일본 자본이 투입된 게 왜 문제가 될까요? 소재 때문인가) 이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마치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성역을 거드린 "대가"를 치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승만 정권 시절 친일파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 .. 라는 문제 의식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합니다. 빼앗긴 주권 위해 목숨 바치시고 독립 운동에 청춘 바치신 분들도 대단하셨습니다. 절대 그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독립 운동에 몸바치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을 공격하지 않고 그저 적당히 묻혀 살았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나라보다 자신의 가족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거구요. 좀 마음에 안 들면 뻑하면 친일 코드 갖다 붙이고 뻑하면 왼쪽 오른쪽 색깔론으로 몰아 없애려 들던 과거 암울했던 시절, 그 때에 비해 응징 수단만 죽창에서 키보드로 바뀌었다 뿐이지 다를 게 뭐가 있나요? 영화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보기 운동을 했을 수도 있는 거지 무슨 상관이냐, 왜 혼자 호들갑이냐라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걸핏하면 친일 어쩌고 저쩌고, 색깔 어쩌고 저쩌고 식의 그런 공격은 이제 좀 없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하는 겁니다. 덧붙여 왜 이 나라 전체가 그렇게 건드려서는 안 될 성역 투성이인 건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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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