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유치하다...이제 호러물들이 점점 죽어가는 거 같애..뭐 제대로 된 작품을 본 적이 없으니.."
"구러게..뭐? 21세기를 여는 최고의 공포 영화? 역시..극장의 홍보는 절대 믿을 게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아아~내 돈.."
"그치? 기도 네가 보기에도 저건 영 아니지?"
"보여 줄 게 없으면 스토리라도 탄탄하게 하던가..아님 특수 효과라도 그럴 듯 하게 하던가..저게 뭐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그건 홍규 네 전문이잖아..자칭 호러평론가..ㅋㅋ"
"시끄러..에거..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집에서 잠이나 잘 걸 그랬다..으갸..뭐냐 이게."
"돈아까워..젠장"
"뭔가..정말 며칠 동안 그 후유증으로 폐인될 만한...그런 영화 어디 없냐.."
"요새 그런 거 찾기가 쉽냐 어디..차라리 TV 공포물이 더 낫더라, 요새는.."
"그런가.."
-----------------------------------------------------------------------
집에 돌아온 홍규는 가방을 대충 던지고는 풀썩 쓰러지듯 침대로 몸을 날렸다.
뒹굴대며 늘어지게 기지개 몇 번... 그리고 홍규는 천장을 보고 누웠다.
'에고..뭐냐 이게..'
요새 제일 화제가 되고 있는 공포 영화는 기대 이하였다.
어쩌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수도 있지만..
홍규가 보기엔 그 이상의 부족함 투성이었던 영화였다.
'괜히 기도한테 영화 보러 가자 그래갖고..미안하군..
에이 씨..영화가 그 따위일 줄 누가 알았..'
RRRRRRRRR...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홍규는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얼굴에 덮었다.
RRRRRRRRR...
'아 젠장 귀찮아!!'
짜증 가득한 얼굴로 홍규는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누구니? 홍규니?"
"아..엄마세요?"
"응 그래. 엄마 오늘 또 외할머니 병원 갈 것 같애..거기 들렀다 갈 테니까.. 있다가 동생 오거든 같이 먼저 저녁 먹어~"
"외할머니 이젠 좀 어떠세요?"
"아직도 좀 피곤하신 것 같다~아무튼 냉장고에 보면 간식거리도 사 뒀으니까..배고프면 먹고..먹고 나서 설거지 해 놓는 거 잊지 말고..그럼 끊는다~"
"네.."
병원에 입원하신 지 벌써 1달..한 번 찾아가 봐야 하는데 나도...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홍규는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좀 피곤하셔서라던
엄마 말을 떠올리곤 다음번에 찾아뵙지 뭐..생각하며 이내 냉장고로 향했다.
---------------------------------------------------------
병원은 언제나 올 때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은 곳이다.
이제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나이인데도 아직도 혜원은
그렇게 코를 찌르는 크레졸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730호.
어머니의 입원 병실 앞에서 혜원은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응..혜원이 왔구나."
"엄마~..오늘은 괜찮어? 밥은 먹었구?"
"나야 뭘..근데 너 바쁜데 무리해서 온 건 아니야?"
"별 소릴 다하네~!!그런 소리 마.."
혜원의 손에 잡힌 어머니의 손은 더 거칠어진 것만 같다.
그 동안 너무 신경을 못 써 드렸어..고생만 하시고..
혜원은 괜한 죄송스러움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너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울었니?"
"아냐..아무것도.."
"홍규랑 승규는 잘 지내고 있지?"
"그 녀석들이야 뭐 이제 다 컸는데 뭘.."
"훗훗..우리 새끼들이야 워낙 건강하니까.."
"홍규 승규 걱정하기 전에 엄마 몸부터 챙겨..
무슨 일 나면 어떡할라 그래?"
"괜찮다..나 우리 홍규 장가 가기 전엔 안 죽을거니까.."
"별 소리를 다 한다 진짜!! 무슨 죽는다는 소릴 하고 그래!!"
속상한 혜원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렀다.
---------------------------------------------------------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연세에 비해 어머님이 상당히 정정하신 분이시네요.
뭐랄까..심리적인 요인이 상당히 큰 거 같습니다.
좀 편안한 마음 가지게 해 드리시구요, 잘 해 드리세요. 곧 회복이 되실겁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도록 하시고 또..."
담당의의 얘기를 들으며 준모는 답답했다. 엄마는 저렇게 아프다고 누워 계시는데..
의사란 사람은 맨날 똑같은 얘기만 늘어 놓으니..
그럼에도 언니는 옆에서 연신 눈물만 찍어 낸다.
참 내..엄마가 무슨 죽을 병에라도 걸렸나..왜 저래 진짜..
"언니도 계속 들었잖아.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고..혹시 의사가 실력 없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뭘 어떡하겠니 지금..퇴원이라도 시키자는 거니?"
혜원은 철없이 계속 재잘대는 준모를 살짝 나무랐다.
"아니..그러자는 얘기가 아니라.. ... 왜 그렇게 삐딱해??"
"너가 하는 말이 그렇잖아 지금.."
준모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밤새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대충 가다듬다 문득 생각 났다는 듯 물었다.
"아..홍규랑 승규는 어떻게 하고 왔어?"
"둘이 집 보라고 그랬지..동현씨는 야근이라고 하고.."
"아니 그럼 그 어린 것 둘이서만 집을 보라고 했단 말야?"
"둘 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그것들이 어린 것들이냐?"
"그래도 어린 건 어린 거지.."
"둘이서 알아서 잘 하니까..집은 신경 안 써도 되니 그나마 낫다.."
"그것들 둘이 밥이나 먹을런지 걱정되네..언니도 진짜 참 매정도 하우.."
"먹기 싫으면 말라지..지들이 배고프지 내가 배고프나.."
"어쩜..언니는 자기 새끼들한테 말을 그렇게 할 수 있어?"
질겁하는 준모를 보다 그만 혜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직 네가 어려서 그런다 이것아..새끼들만 다 커 봐..이젠 그게 더 섭섭하대니깐..
어디 가자고 해도 나랑 동현씨만 다녀 오라고 하고.."
"피..나이 먹은 게 자랑인가 뭐..."
"뭐?"
"아니..우리 홍규 승규 든든하다구.."
혜원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 반..이것들 잘 하고 있나?
은근히 걱정되네..전화나 해 봐야겠다.
---------------------------------------------------------
"거기서 그렇게 뛰면 당연히 떨어지지 임마..바보냐?"
"...체..형도 못하면서..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해 보라고.."
홍규와 승규는 간만의 자유 시간을 맞아 컴퓨터 앞에서
게임으로 티격태격하느라 분주했다.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는 주방.
뜯다 만 간식 봉지들 역시 어지럽게 거실에 널려 있었고
보지도 않는 TV는 혼자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어..어어!! 아씨..옆에서 형이 자꾸 떠느니까 그러잖아~!!"
"얼씨구..그게 왜 내 탓이야 임마..괜히 지가 못하니깐.."
"아 진짜! 형 이렇게라도 해 봐~그리고 충고를 하더라도 해.."
RRRRRRRRRRRR...
"난 원래 이런 거 안 키운다..알잖아 나 이거 안 하는 거.."
"그럼 모르면 나 컴 쓸 동안은 좀 조용히 좀 해..
옆에서 계속 떠드니까 될 것도 안 되잖아.."
RRRRRRRRRRRRR...
"형 전화 좀 받아봐"
"네가 받어 임마.."
RRRRRRRRRRRRR...
"나 게임하고 있잖아.."
"멈춰 놓고 받어~"
RRRRRRRRRRRRR...
컴퓨터 앞에서의 세력 싸움에서 밀려나 버린 홍규는
TV앞에 앉아 볼 만한 채널을 찾아 이리 저리 돌려 대기만 했다.
RRRRRRRRRRRRR...
"아 씨 진짜!! 좀 받아 주면 안 돼?"
"어..재밌는 거 하네..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RRRRRRRRRRRRR...
"......아 몰라 나도!! 맘대로 해.."
"엇..저것들은 또 누구냐..또 HOT아류냐.."
..............................
"전화 안 온다."
"응"
"좀 받지 그랬냐..진짜.."
"시끄러..TV 보는데 잡음 넣지마.."
"..나 참.."
진짜 속 좁다는 식으로 한심하단 얼굴을 짓던 승규가
돌연 뭔가 생각난 듯 홍규에게 얘기한다.
"아 형. 할머니 집에 고양이 있는 거 알지?"
"응"
"그 고양이 이상해..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는 거 같애.."
"무슨 소리야?"
"저번에 할머니집 갔을 때..나 안방에서 TV보고 있었다?
그런데..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홱 돌려보니 그 고양이가 마루에 올라와 있더라구.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있었으니까..그 냄새 맡고 들어왔나 하고 쫓아 내려 해도
꿈쩍도 안 하고..모습이 마치 옆방에 가려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확 온 몸이 굳은 거처럼..그러더라."
"승규야 너 혹시.."
"응? 혹시..뭐?"
"..미쳤구나?"
"진짜야~~"
"에고..저 미친 놈..누가 데려가냐 저거.."
"이 쒸..."
둘은 다시 대화 없는 각자만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
“이 녀석들 일찍도 자네.."
"할 일은 다 해 놓고 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자기 앞가림은 다 하는 얘들이니까..뭘 걱정하우?"
준모가 혜원으로부터 핸드폰을 건네받아 가방에 넣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잠시 사이를 두고 다시 말했다.
"언니"
"왜?"
"저기 우리 있잖아..벌써 1달째 의사는 별 이상 없다고 하고..
그런데도 엄마는 저렇게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쟁이한테나 가 볼까?
아는 사람이 잘 아는 데가 있대.."
"이것이 미쳤나 이젠 별 소리를 다 한다!!"
"아니..그냥 진짜 지푸라기 심정으로라도.."
"시끄러 이것아..정신 좀 차려.."
--------------------------------------------------------------------
하늘은 무심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하다.
저 하늘처럼 정확한 병명이라도 나오기라도 하면 조금은 나을텐데..
이건 그냥 지푸라기일 뿐이야.
절대 바보 같은 짓이 아니라구.
준모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오색의 천들이 어지러이 매듭지어 묶인
한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엔
보기만 해도 뭔가 있어 보이는
장식들이 가득했고 그 방 안쪽에
점쟁이처럼 생긴 사람이 앉아 있었다.
"...고양이 키우지?"
보고 있기만 해도 괜시리 섬뜩한 눈을 한 점쟁이가 말했다.
"무슨..고양이요?"
"그 고양이 새끼를 누가 죽인 거야..
그래서 그 고양이가 복수를 하는 거라고.."
무슨 말이야 이 점쟁이 대체?..시골 집에 무슨 고양이를 키워?
처음 듣는 소린데..이 사람수법인가?..
준모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 고양이를 반드시 잡아서 완전히 입막음을 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자네 어머니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네.."
뭐..뭐야 이 사람? 대체 무슨 고양이 얘기를 하는 거?
시골 친정집엔 개 한 마리랑 거위 몇 마리밖에 없는데..?
아..이런 식으로 그냥 넘겨 짚는 거구나..그러다 운 좋아서 맞으면 영험한 거고..
이번처럼 완전 헛다리 짚으면 완전히 끝나는 거고..그런건가?
"자네 아버지도 참..대단하시네 그려"
아버지 얘기는 또 갑자기 왜 꺼내는 거지? ..
준모는 괜한 으슬으슬함에 복채 2만원은 아깝지도 않은지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 나와 버렸다.
그래..무슨 점이야..풋..지금이 몇 세기인데..나도 참..푸풋..
---------------------------------------------------------
"너 정말 미쳤구나?"
혜원은 눈 앞에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준모에게 소리쳤다.
"내가 말했잖아..보러 간다고..암튼 그렇게 진짜로 갔는데..점쟁이가 그랬던 거야..
나 모르는 새에 우리 집에서 무슨 고양이 키웠수?"
"시끄러 이년아! 제발 나이값좀 해라..어떻게 된 게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그 모양이냐.."
"내가 멀.."
혜원의 집..빨래를 개던 혜원에게 한소리 얻어 들은 준모가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대려 할 때 옆에서 TV보는 줄만 알았던 승규 녀석이
갑자기 얘기한다.
"할머니 집에 고양이 있어요..저번에 갔을 때 아랫방 앞에 사과 상자 놓여 있고
그 안에 고양이 살던데요?"
..고양이가 있어? 순간 그 점쟁이의 눈빛이 떠오르며
준모의 온 몸이 쭈뼛하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아버지도 병실에 오신다니까..엄마 모시고 같이 집에 모셔다 드리자.."
승규의 느닷없는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혜원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준모의 머릿속은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혼자 적적하지는 않으셨어요?"
아버지와 혜원을 태우고 병원을 향하는 자동차 안..
차를 몰던 준모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적적하기는 뭐가 적적해? TV도 있고 옆집 사람들도 있는데"
역시 여전하신 우리 아버지..애써 쓴웃음을 짓는 준모를 대신해
이번엔 혜원이 묻는다.
"엄마 편찮으신거..병원에선 이상 없대요.
심리적인 거라..푹 쉬시구 안정을 취하시면 곧 나으실 거래요."
"바보같은 여편네..그깟 고양이 때문에.."
고양이..준모는 또 한 번 온 몸을 휘감는 이상한 오싹함에 떨어야 했다.
왜 이러지? 그냥 기분인가? 자꾸 그 점쟁이의 치켜뜬 눈이 생각나는 이유가 뭐지? .. 준모는 애써 못 들은척하며 입술을 꽉 깨물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웃음을 섞어 얘기했다.
"아 맞다 아버지..저랑 친한 사람이 무슨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있네
어쩌네 .. 무슨 고양이 새끼를 죽여서 그렇네 어떻네 막 그러더라구요 ..
훗.. 재밌죠? 있지도 않은 고양이 새끼라니..호호.."
"사람 죽인 것들도 감옥만 갔다 뿐이지 잘만 사는데 그깟 고양이 새끼 몇 마리 죽였다고 뭐가 그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 그래라."
끼익...
"놀래라..운전 좀 살살 할 수 없니?!"
놀라셨을 아버지 대신 혜원이 먼저 준모를 나무랐다.
준모는 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아버지한테 다시 물었다.
조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집에 고양이 키워요?"
"뭔 놈의 들고양이가 들락거리길래 쫓아버리려고 했더니만
네 에미가 밥 몇 번 줘 버릇하니까 몇 번 와서 먹더니 아예 자리 눌러 잡고
살아버리더라. 저번엔 무슨 새끼까지 낳았어. 어디서 배가지고 온 새낀지.."
준모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얘가? 빨리 가야지..계속 여기 이렇게 서 있을 거야?"
계속되는 혜원의 핀잔..하지만 준모는 간신히 얘기를 꺼내
힘겹게 또 말 한마디를 이었다.
"혹시 그 새끼..죽이셨어요?"
"귀찮아서 그랬다."
"꺄아아아아아아~~~~!!!"
도로 한 가운데에 멈춰 있는 준모의 차..
그 뒤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또 다른 차들..그리고 터져 나온 비명 소리.
---------------------------------------------------------
"할머니 저희 왔어요~"
"엉~우리 새끼들 왔는가~~"
너무도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머니..홍규와 승규는 다행이라 여기며
인사를 드린 후 짐을 풀고 마루에 앉아 방금 따 온 수박을 먹었다.
물론 할머니께서 직접 잘라 주신..할머니가 어디가 아프셨던 건지,
그리고 어떻게 나으신 건지, 가족끼리는 그 이후로 무슨 불문율처럼
아무도 그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외가집 아랫방 앞에 있던
사과 상자는 치워진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고양이도 그 모습을 감추었다.
원래 살던 들로 돌아간 걸까...홍규는 생각해 보았다.
"김치 좀 챙겨줄텡게..이따 집에 갈 때 챙겨가라 와"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 멍하게 앉아 있던 홍규는
창고를 따고 들어가시는 할머니의 뒤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고
그런 할머니의 발뒤끝을 따라
웬 한 고양이가 창고에서 튀어 나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구러게..뭐? 21세기를 여는 최고의 공포 영화? 역시..극장의 홍보는 절대 믿을 게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아아~내 돈.."
"그치? 기도 네가 보기에도 저건 영 아니지?"
"보여 줄 게 없으면 스토리라도 탄탄하게 하던가..아님 특수 효과라도 그럴 듯 하게 하던가..저게 뭐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그건 홍규 네 전문이잖아..자칭 호러평론가..ㅋㅋ"
"시끄러..에거..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집에서 잠이나 잘 걸 그랬다..으갸..뭐냐 이게."
"돈아까워..젠장"
"뭔가..정말 며칠 동안 그 후유증으로 폐인될 만한...그런 영화 어디 없냐.."
"요새 그런 거 찾기가 쉽냐 어디..차라리 TV 공포물이 더 낫더라, 요새는.."
"그런가.."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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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홍규는 가방을 대충 던지고는 풀썩 쓰러지듯 침대로 몸을 날렸다.
뒹굴대며 늘어지게 기지개 몇 번... 그리고 홍규는 천장을 보고 누웠다.
'에고..뭐냐 이게..'
요새 제일 화제가 되고 있는 공포 영화는 기대 이하였다.
어쩌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수도 있지만..
홍규가 보기엔 그 이상의 부족함 투성이었던 영화였다.
'괜히 기도한테 영화 보러 가자 그래갖고..미안하군..
에이 씨..영화가 그 따위일 줄 누가 알았..'
RRRRRRRRR...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홍규는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얼굴에 덮었다.
RRRRRRRRR...
'아 젠장 귀찮아!!'
짜증 가득한 얼굴로 홍규는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누구니? 홍규니?"
"아..엄마세요?"
"응 그래. 엄마 오늘 또 외할머니 병원 갈 것 같애..거기 들렀다 갈 테니까.. 있다가 동생 오거든 같이 먼저 저녁 먹어~"
"외할머니 이젠 좀 어떠세요?"
"아직도 좀 피곤하신 것 같다~아무튼 냉장고에 보면 간식거리도 사 뒀으니까..배고프면 먹고..먹고 나서 설거지 해 놓는 거 잊지 말고..그럼 끊는다~"
"네.."
병원에 입원하신 지 벌써 1달..한 번 찾아가 봐야 하는데 나도...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홍규는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좀 피곤하셔서라던
엄마 말을 떠올리곤 다음번에 찾아뵙지 뭐..생각하며 이내 냉장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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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언제나 올 때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은 곳이다.
이제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나이인데도 아직도 혜원은
그렇게 코를 찌르는 크레졸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730호.
어머니의 입원 병실 앞에서 혜원은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응..혜원이 왔구나."
"엄마~..오늘은 괜찮어? 밥은 먹었구?"
"나야 뭘..근데 너 바쁜데 무리해서 온 건 아니야?"
"별 소릴 다하네~!!그런 소리 마.."
혜원의 손에 잡힌 어머니의 손은 더 거칠어진 것만 같다.
그 동안 너무 신경을 못 써 드렸어..고생만 하시고..
혜원은 괜한 죄송스러움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너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울었니?"
"아냐..아무것도.."
"홍규랑 승규는 잘 지내고 있지?"
"그 녀석들이야 뭐 이제 다 컸는데 뭘.."
"훗훗..우리 새끼들이야 워낙 건강하니까.."
"홍규 승규 걱정하기 전에 엄마 몸부터 챙겨..
무슨 일 나면 어떡할라 그래?"
"괜찮다..나 우리 홍규 장가 가기 전엔 안 죽을거니까.."
"별 소리를 다 한다 진짜!! 무슨 죽는다는 소릴 하고 그래!!"
속상한 혜원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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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연세에 비해 어머님이 상당히 정정하신 분이시네요.
뭐랄까..심리적인 요인이 상당히 큰 거 같습니다.
좀 편안한 마음 가지게 해 드리시구요, 잘 해 드리세요. 곧 회복이 되실겁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도록 하시고 또..."
담당의의 얘기를 들으며 준모는 답답했다. 엄마는 저렇게 아프다고 누워 계시는데..
의사란 사람은 맨날 똑같은 얘기만 늘어 놓으니..
그럼에도 언니는 옆에서 연신 눈물만 찍어 낸다.
참 내..엄마가 무슨 죽을 병에라도 걸렸나..왜 저래 진짜..
"언니도 계속 들었잖아.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고..혹시 의사가 실력 없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뭘 어떡하겠니 지금..퇴원이라도 시키자는 거니?"
혜원은 철없이 계속 재잘대는 준모를 살짝 나무랐다.
"아니..그러자는 얘기가 아니라.. ... 왜 그렇게 삐딱해??"
"너가 하는 말이 그렇잖아 지금.."
준모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밤새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대충 가다듬다 문득 생각 났다는 듯 물었다.
"아..홍규랑 승규는 어떻게 하고 왔어?"
"둘이 집 보라고 그랬지..동현씨는 야근이라고 하고.."
"아니 그럼 그 어린 것 둘이서만 집을 보라고 했단 말야?"
"둘 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그것들이 어린 것들이냐?"
"그래도 어린 건 어린 거지.."
"둘이서 알아서 잘 하니까..집은 신경 안 써도 되니 그나마 낫다.."
"그것들 둘이 밥이나 먹을런지 걱정되네..언니도 진짜 참 매정도 하우.."
"먹기 싫으면 말라지..지들이 배고프지 내가 배고프나.."
"어쩜..언니는 자기 새끼들한테 말을 그렇게 할 수 있어?"
질겁하는 준모를 보다 그만 혜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직 네가 어려서 그런다 이것아..새끼들만 다 커 봐..이젠 그게 더 섭섭하대니깐..
어디 가자고 해도 나랑 동현씨만 다녀 오라고 하고.."
"피..나이 먹은 게 자랑인가 뭐..."
"뭐?"
"아니..우리 홍규 승규 든든하다구.."
혜원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 반..이것들 잘 하고 있나?
은근히 걱정되네..전화나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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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그렇게 뛰면 당연히 떨어지지 임마..바보냐?"
"...체..형도 못하면서..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해 보라고.."
홍규와 승규는 간만의 자유 시간을 맞아 컴퓨터 앞에서
게임으로 티격태격하느라 분주했다.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는 주방.
뜯다 만 간식 봉지들 역시 어지럽게 거실에 널려 있었고
보지도 않는 TV는 혼자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어..어어!! 아씨..옆에서 형이 자꾸 떠느니까 그러잖아~!!"
"얼씨구..그게 왜 내 탓이야 임마..괜히 지가 못하니깐.."
"아 진짜! 형 이렇게라도 해 봐~그리고 충고를 하더라도 해.."
RRRRRRRRRRRR...
"난 원래 이런 거 안 키운다..알잖아 나 이거 안 하는 거.."
"그럼 모르면 나 컴 쓸 동안은 좀 조용히 좀 해..
옆에서 계속 떠드니까 될 것도 안 되잖아.."
RRRRRRRRRRRRR...
"형 전화 좀 받아봐"
"네가 받어 임마.."
RRRRRRRRRRRRR...
"나 게임하고 있잖아.."
"멈춰 놓고 받어~"
RRRRRRRRRRRRR...
컴퓨터 앞에서의 세력 싸움에서 밀려나 버린 홍규는
TV앞에 앉아 볼 만한 채널을 찾아 이리 저리 돌려 대기만 했다.
RRRRRRRRRRRRR...
"아 씨 진짜!! 좀 받아 주면 안 돼?"
"어..재밌는 거 하네..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RRRRRRRRRRRRR...
"......아 몰라 나도!! 맘대로 해.."
"엇..저것들은 또 누구냐..또 HOT아류냐.."
..............................
"전화 안 온다."
"응"
"좀 받지 그랬냐..진짜.."
"시끄러..TV 보는데 잡음 넣지마.."
"..나 참.."
진짜 속 좁다는 식으로 한심하단 얼굴을 짓던 승규가
돌연 뭔가 생각난 듯 홍규에게 얘기한다.
"아 형. 할머니 집에 고양이 있는 거 알지?"
"응"
"그 고양이 이상해..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는 거 같애.."
"무슨 소리야?"
"저번에 할머니집 갔을 때..나 안방에서 TV보고 있었다?
그런데..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홱 돌려보니 그 고양이가 마루에 올라와 있더라구.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있었으니까..그 냄새 맡고 들어왔나 하고 쫓아 내려 해도
꿈쩍도 안 하고..모습이 마치 옆방에 가려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확 온 몸이 굳은 거처럼..그러더라."
"승규야 너 혹시.."
"응? 혹시..뭐?"
"..미쳤구나?"
"진짜야~~"
"에고..저 미친 놈..누가 데려가냐 저거.."
"이 쒸..."
둘은 다시 대화 없는 각자만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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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일찍도 자네.."
"할 일은 다 해 놓고 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자기 앞가림은 다 하는 얘들이니까..뭘 걱정하우?"
준모가 혜원으로부터 핸드폰을 건네받아 가방에 넣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잠시 사이를 두고 다시 말했다.
"언니"
"왜?"
"저기 우리 있잖아..벌써 1달째 의사는 별 이상 없다고 하고..
그런데도 엄마는 저렇게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쟁이한테나 가 볼까?
아는 사람이 잘 아는 데가 있대.."
"이것이 미쳤나 이젠 별 소리를 다 한다!!"
"아니..그냥 진짜 지푸라기 심정으로라도.."
"시끄러 이것아..정신 좀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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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무심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하다.
저 하늘처럼 정확한 병명이라도 나오기라도 하면 조금은 나을텐데..
이건 그냥 지푸라기일 뿐이야.
절대 바보 같은 짓이 아니라구.
준모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오색의 천들이 어지러이 매듭지어 묶인
한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엔
보기만 해도 뭔가 있어 보이는
장식들이 가득했고 그 방 안쪽에
점쟁이처럼 생긴 사람이 앉아 있었다.
"...고양이 키우지?"
보고 있기만 해도 괜시리 섬뜩한 눈을 한 점쟁이가 말했다.
"무슨..고양이요?"
"그 고양이 새끼를 누가 죽인 거야..
그래서 그 고양이가 복수를 하는 거라고.."
무슨 말이야 이 점쟁이 대체?..시골 집에 무슨 고양이를 키워?
처음 듣는 소린데..이 사람수법인가?..
준모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 고양이를 반드시 잡아서 완전히 입막음을 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자네 어머니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네.."
뭐..뭐야 이 사람? 대체 무슨 고양이 얘기를 하는 거?
시골 친정집엔 개 한 마리랑 거위 몇 마리밖에 없는데..?
아..이런 식으로 그냥 넘겨 짚는 거구나..그러다 운 좋아서 맞으면 영험한 거고..
이번처럼 완전 헛다리 짚으면 완전히 끝나는 거고..그런건가?
"자네 아버지도 참..대단하시네 그려"
아버지 얘기는 또 갑자기 왜 꺼내는 거지? ..
준모는 괜한 으슬으슬함에 복채 2만원은 아깝지도 않은지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 나와 버렸다.
그래..무슨 점이야..풋..지금이 몇 세기인데..나도 참..푸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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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미쳤구나?"
혜원은 눈 앞에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준모에게 소리쳤다.
"내가 말했잖아..보러 간다고..암튼 그렇게 진짜로 갔는데..점쟁이가 그랬던 거야..
나 모르는 새에 우리 집에서 무슨 고양이 키웠수?"
"시끄러 이년아! 제발 나이값좀 해라..어떻게 된 게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그 모양이냐.."
"내가 멀.."
혜원의 집..빨래를 개던 혜원에게 한소리 얻어 들은 준모가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대려 할 때 옆에서 TV보는 줄만 알았던 승규 녀석이
갑자기 얘기한다.
"할머니 집에 고양이 있어요..저번에 갔을 때 아랫방 앞에 사과 상자 놓여 있고
그 안에 고양이 살던데요?"
..고양이가 있어? 순간 그 점쟁이의 눈빛이 떠오르며
준모의 온 몸이 쭈뼛하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아버지도 병실에 오신다니까..엄마 모시고 같이 집에 모셔다 드리자.."
승규의 느닷없는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혜원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준모의 머릿속은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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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적적하지는 않으셨어요?"
아버지와 혜원을 태우고 병원을 향하는 자동차 안..
차를 몰던 준모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적적하기는 뭐가 적적해? TV도 있고 옆집 사람들도 있는데"
역시 여전하신 우리 아버지..애써 쓴웃음을 짓는 준모를 대신해
이번엔 혜원이 묻는다.
"엄마 편찮으신거..병원에선 이상 없대요.
심리적인 거라..푹 쉬시구 안정을 취하시면 곧 나으실 거래요."
"바보같은 여편네..그깟 고양이 때문에.."
고양이..준모는 또 한 번 온 몸을 휘감는 이상한 오싹함에 떨어야 했다.
왜 이러지? 그냥 기분인가? 자꾸 그 점쟁이의 치켜뜬 눈이 생각나는 이유가 뭐지? .. 준모는 애써 못 들은척하며 입술을 꽉 깨물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웃음을 섞어 얘기했다.
"아 맞다 아버지..저랑 친한 사람이 무슨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있네
어쩌네 .. 무슨 고양이 새끼를 죽여서 그렇네 어떻네 막 그러더라구요 ..
훗.. 재밌죠? 있지도 않은 고양이 새끼라니..호호.."
"사람 죽인 것들도 감옥만 갔다 뿐이지 잘만 사는데 그깟 고양이 새끼 몇 마리 죽였다고 뭐가 그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 그래라."
끼익...
"놀래라..운전 좀 살살 할 수 없니?!"
놀라셨을 아버지 대신 혜원이 먼저 준모를 나무랐다.
준모는 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아버지한테 다시 물었다.
조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집에 고양이 키워요?"
"뭔 놈의 들고양이가 들락거리길래 쫓아버리려고 했더니만
네 에미가 밥 몇 번 줘 버릇하니까 몇 번 와서 먹더니 아예 자리 눌러 잡고
살아버리더라. 저번엔 무슨 새끼까지 낳았어. 어디서 배가지고 온 새낀지.."
준모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얘가? 빨리 가야지..계속 여기 이렇게 서 있을 거야?"
계속되는 혜원의 핀잔..하지만 준모는 간신히 얘기를 꺼내
힘겹게 또 말 한마디를 이었다.
"혹시 그 새끼..죽이셨어요?"
"귀찮아서 그랬다."
"꺄아아아아아아~~~~!!!"
도로 한 가운데에 멈춰 있는 준모의 차..
그 뒤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또 다른 차들..그리고 터져 나온 비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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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희 왔어요~"
"엉~우리 새끼들 왔는가~~"
너무도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머니..홍규와 승규는 다행이라 여기며
인사를 드린 후 짐을 풀고 마루에 앉아 방금 따 온 수박을 먹었다.
물론 할머니께서 직접 잘라 주신..할머니가 어디가 아프셨던 건지,
그리고 어떻게 나으신 건지, 가족끼리는 그 이후로 무슨 불문율처럼
아무도 그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외가집 아랫방 앞에 있던
사과 상자는 치워진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고양이도 그 모습을 감추었다.
원래 살던 들로 돌아간 걸까...홍규는 생각해 보았다.
"김치 좀 챙겨줄텡게..이따 집에 갈 때 챙겨가라 와"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 멍하게 앉아 있던 홍규는
창고를 따고 들어가시는 할머니의 뒤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고
그런 할머니의 발뒤끝을 따라
웬 한 고양이가 창고에서 튀어 나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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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