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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일본생활2005/05/08 14:07


3월 1일부터 아르바이트 시작했으니 5월로 벌써 아르바이트도 세 달째 접어들고. 군대 이등병 모드로 열심히 뒹굴다 보니 바로바로 레벨업이 이루어져 홀, 洗い場에 盛り場 거쳐 5월부터 드디어 揚げ場 진입 .. 텐동을 직접 튀기기 시작했다.

아직 盛り場도 완전하지 못한 주제에 주문 들어오면 그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뭐였던가 우뚝 멈춰서서 고민하는 바람에 텐쵸에게서 구박받고는 있지만 그거 은근 꽤 재미있다. 점점 튀기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 언제나 그렇지만 뭔가 새로운 일을 받아 부딪혀 가면서 정복해 나가는 느낌이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벅차고 설레는.

다만 문제는 그렇게 뭔가 너무 서두르려고 했던 걸래나. 일도 꽤나 뭔가 금방금방 익숙해지고 손에 착착 붙는게 스스로도 너무 대견했던 걸래나. 결국 서두르며 油缶 옮기다 그 날카롭게 잘려 있던 절단면에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 멋지게 긁어 버리고 말았다. 아프기도 꽤나 아팠지만 쪽팔려서 말도 못하고 그대로 주먹 쥔채로 발로 밀어 옮기던 것 마저 옮겨 두고 싱크대로 가 손 씻으려고 주먹을 폈는데 왼손 전체가 피투성이. .. 외국인 노동자의 애환이 가슴을 저며 왔다. ( 묵념 )

뭐 ..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원에서 꿰매야 할 정도는 간신히 모면했다고 할까나. 다치고 나서 바로 다친 부위 반창고로 빡세게 감고 그대로 일 하고 끝나고 떼어 보니 피도 멈췄고 .. 상처도 깊긴 했어도 그다지 길게 긁히지 않았던 터라 뭐 별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 떤 꼴이 되어 버리긴 했는데.

이게 은근 귀찮다. 물이 들어가면 기껏 딱지 비스무리하게 지려던 게 바로 풀리고 풀리고 하는 터라 한 2-3일 정도는 물 안 들어가게 하려고 하다 보니 신경쓰이는 것도 한 두개도 아니고. 중지에 뭔가 압력이 가면 다친 상처가 자꾸 벌려져 좀 쓰린 바람에 아예 모든 왼손 작업에서 열외로 빼두자 잠정 결정을 내렸는데 .. 그동안 왼손 가운데 손가락 따위 .. 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라 얼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순간순간 내가 이럴 때 주로 왼손 중지를 썼었구나 .. 라던가 이럴 때 왼손 중지에 힘을 제일 많이 실었었구나 라던가 하는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의외의 발견. 뭐 .. 몸 다치면 불편한 건 길가는 꼬맹이도 아는 진리겠지만 .. 뭐랄까.

그 동안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거나. 정작 곁에 있을 때엔 느끼지도 못하다가 없어지고 나서야 불편해한다거나. 뭐 굳이 인간은 간사하다라는 대명제를 꺼내지 않더라도 무엇이 되었든 한 번 없어져 봐야 그 존재감을 눈치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둔한 것일게다.

다만 갑자기 무섭게 내 머리속을 채운 건 지금 내가 눈치없이 그저 막 대하고 있는 왼손 중지의 누군가가 지금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난 과연 누군가에게 나의 부재에 있어 왼손 중지의 느낌을 남겨 둘 수 있을지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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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