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정신이 없다. 애초에 뭘 하나하나 챙겨서 준 것도 아니면서 .. 갑자기 보급품 받은 것들을 확인하겠다니. 아침에 시간도 없는데 들어가지도 않는거 더블백에 다 집어 넣으라고 해서 목숨을 걸고 막 쑤셔 넣고 짐 다 챙겨서 기껏 연병장까지 걸어왔더니 줄세워 앉혀 놓고는 이제 와서 자기가 물건 이름 부르면 하나씩 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리란다. 미리 말을 해 줬으면 좀 나중에 꺼내기 쉽게 차곡차곡 넣었을 거 아니냐. 군대라는 조직 정말 싫다. 미리 얘기를 해 달란 말이다, 좀 미리. 갑자기 어째라 저째라 하지 말고 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내용물을 연병장 바닥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나름대로 옆엣 녀석 물건과 섞이지 않게 잘 추스려서 정리해서 모아 본다. 다 있는 거 맞지? 양말 다 있고 .. 휴지도 있고 .. 하나하나 세어보다 문득 갑자기 스스로의 꼴이 너무 웃겨 버럭 답답함이 끓어 오른다. 아, 정말 이거 밖에 나가서 사면 돈 몇 푼 하지도 않을 것들 없어지면 좀 사면 안 되나. 어차피 처음에 나 3만원 가져온걸로 사면 되겠구만. 쯧쯧, 하여간 군대 놈들은 일처리한다는게 도무지 앞뒤가 꽉 막혀가지..
"빨래비누."
빨래비누, 빨래비누 .. 아씨, 빨래비누 어딨어. 빨래비누 .. 아 양말 밑 .. 발견한 눈보다도 더 빠르게 손이 먼저 날아가 냉큼 집어 머리 위로 치켜 올린다. 후후, 빨랐다. 이 다음엔 뭘 체크할래나 .. 방금까지 욕하던 건 깨끗이 잊고서 난 어느 물건이 불려도 바로 집어들 수 있게 눈으로 물건들의 위치를 기억하려 애쓰고 있다. 다 있는 거 맞지? 장갑도 있고 .. 구두솔도 있고 .. 관리 잘 했으니 그대로 다 있을테지만서도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확인한 물건들을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 보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꾸 불안하다.
.. 얼마나 걸렸을까. 나이 스물 몇 살씩이나 먹고 군대에 들어와 놓고 나눠준 물건 간수 하나 못했을까 그걸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하냐 싶은 푸념 몰래 늘어놓으며 간간이 부르는 물건 머리 위로 치켜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확인이 끝나고 물건들을 다시 다 더블백에 집어 넣으란다. 뭐야, 이게.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진짜 한 번에 하면 될 거 아니냐고. 똑같은 일을 대체 몇 번을 시키는 건지.
"무슨 책가방 싸는 줄 아나, 이것들이 .. 빨리 해라."
어라. 무슨 책가방 .. 까지 들었을 땐 아, 이 놈들 또 버럭 짜증부리겠구나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손놀림에 속도를 실으려 했는데 문장 마지막이 좀 이상하네. 힐끔 고개 들어 쳐다보니 조교녀석은 연병장 저 쪽 입구를 쳐다보고 있다. 하긴 .. 그래도 3일 그것 잠깐 같이 있었다고 미묘하게 정 들어가지고 .. 오늘 아침부턴 그렇게 짜증도 안 내더라. 가끔 농담도 던지고. 처음에 군대 들어와 정신없이 짖어대던 녀석들 덕에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엔 그래 결국 니네도 끌려와서 소리지르고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런데 뭘 저리 보고 있는 거야. 조교 시선 좇아 고개를 돌려 보니 낯선 조교들이 척척척 소리를 내며 연병장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뭔가 절도가 몸에 배어 있는 게 입소대 조교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이상한 가위표 같은 멜빵도 아니고 이상한 걸 입고서 경찰들이 교통정리할 때 들고 다니던 봉 같은 걸 들고 과장된 손짓으로 척척척 걸어온다.
"야야, 봐봐. 조교 쫄았어, 쫄았어."
물건들을 겨우 더블백 안에 다 집어 넣고 낑낑대며 입구를 묶고 있는데 뒤에 쪼그려 앉아 있던 가해 녀석이 나를 쿡쿡 찌른다. .. 조교가 쫄아? 뭔 소리야 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우리들에게 3일동안 욕설을 퍼붓던 녀석이 저기 걸어오는 조교들 보면서 어딘가 잔뜩 기가 죽어 있다. 뭐야 저 녀석 .. 우리한테는 그렇게 난리 피웠으면서 갑자기 왜 그러냐. 잠시나마 나름 정 들었다고 감상에 젖어 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더블백 다시 다 싸고 원래대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앉았다. 무슨 커다란 배게 같다. 동그랗고 길쭉한 배게.
입소대 조교들과 새로 걸어온 조교들은 서류 몇 장을 주고 받으며 서로 한참 얘기를 한다. 아, 저 조교들이 우리가 들어갈 진짜 훈련소 조교들인가 보다. 확실히 뭔가 더 뽀대는 나는 거 같은데. 인상들도 하나같이 다 더럽고 깐깐해 보인다. 저 녀석들이랑 이제 6주를 보내는 건가. 그 6주가 지나면 이제 자대로 가겠지? 난 경기도로 가게 될까 강원도로 가게 될까. 강원도는 많이 춥다던데.
"기상. 더블백은 모두 메라."
언제 왔는지 입소대 조교 녀석이 앞에 서 있다. 후다닥 일어나 막 쑤셔 넣는다고 무게 균형도 맞지 않는 더블백 낑낑대며 뒤로 들춰메고 기우뚱 줄 맞춰 섰다. 힐끗 옆에 보니 어깨에 메는 순간 더블백 어깨끈이 풀려 바닥에 떨어뜨린 한 녀석이 조교에게 또 욕을 바가지로 듣고 있다. 언제까지 대체 이런 생활이 계속 되는 걸까. 적응될 만 하면 바뀌고 적응될 만 하면 바뀌고 계속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고 하면 정말 견디기가 힘들 것 같다. 가장 싫은 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그 답답함, 적응되면 금새 또 환경이 바뀌고 마는 그 답답함이었다.
"3일 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들도 너희랑 뭐 원수 졌다고 욕하고 그랬겠냐. 군대라는 데가 그런 곳이니까 적응하면 괜찮아 질 거다. 이제 진짜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서 6주간 훈련을 받게 될 텐데 다들 몸 건강하게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니까 억한 심정 있었으면 다 풀어라."
호오. 웃긴다. 같이 있어 봐야 3일밖에 안 있었는데 벌써부터 무슨 다들 감상에 젖는다. 그간 욕 들어가며 속으로 다들 백번씩은 두들겨 팼을 조교 녀석 말 한 마디에 그간 쌓였던 것들이 눈녹듯 사라져 간다. 그래, 너도 3일마다 똑같은 놈들 계속 들어오고 하면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나겠냐. 3일 패턴으로 무한반복되는 일상은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질 것도 같다.
"너희는 30연대로 가게 될 거다. 시설은 좋은 곳이니까 좋은 곳 가서 잘들 훈련받고 몸 건강하게 군생활 마치는 그 날까지 잘 해내도록. "
뭔가 대답을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다들 쭈뼛쭈뼛 눈치들만 보고 있다. 뭐 단체로 경례라도 해야 하나. 뭐야, 이 분위기는. 갑자기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해서 쉽게 말이 편하게 나오기엔 3일간 우리가 받은 반복학습의 효과가 너무 컸다.
"얘네들인가요?"
"아, 네. 서류는 아까 소대장님 드렸으니까 인솔해서 가시면 될 거에요"
뭐야. 병장인 입소대 조교 놈이 일병인 훈련소 조교랑 서로 '요'자를 붙여 얘기하네. 들어온지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대화를 본 것 같은 느낌에 묘한 기분이 든다. 소속이 다르면 서로 저렇게 존대말을 해 주는 건가. 저럴 때는 '요'자를 써도 되는 건가. 일병 조교 녀석이랑 잠시 얘기를 나누던 입소대 조교는 얘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3일밖에 있지 않았지만 마치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학년이 바뀌어 다른 분으로 바뀌는 것 같은, 묘한 아쉬움과 불안함이 뒤섞인 느낌이 새롭다. 그건 입소대 조교가 착했다거나 우리를 유난히 잘 챙겨줬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단지 입소대 조교는 이제 우리가 "아는 얼굴"이었고,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이 일병 녀석은 "낯선 얼굴"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훈련소 조교들에 밀려 기가 죽어 보이는 묘한 느낌에 다른 소대를 향해 뒤돌아 걸어가는 입소대 조교 등이 유난히 초라해 보인다.
"고개 까딱까딱 굴리지, 이것들."
또 시작인게냐. 화들짝 놀라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지만 그래도 3일 전에 유사한 상황을 한 번 겪었다고 이젠 대충 어떻게 반응해야겠다는 계산이 선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조교 녀석은 하지만 뭔가 어설퍼 보인다. 뭐랄까 .. 왜 중고등학교 때 노는 애들 쫓아다니면서 그 사이에 끼어 따까리짓이나 하고 다니면서 나름 좀 노는 양 거들먹거리는 애들 같은 어색함이라고 할까. 책만 보고 살았을 거 같은데 무리하게 거친 척 하는 거 같은 같잖음이라고 할까. 힐끔 군복을 보니 정상재라는 이름이다.
"너희가 지금부터 6주간 훈련을 받을 곳은 30연대라고, 논산 훈련소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곳 중 한 곳이다. 운이 좋은 줄 알아, 이것들아. '꿈의 30연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번에 26연대가 새로 또 신축되면서 2위로 밀리긴 했어도 그래도 이런 시설에서 훈련을 받는 놈들 별로 없다. 입소대 따위랑 비교하면 안 돼. 시설도 시설이고 .. 할 줄 아는 것도 조또 없는 저런 놈들도 조교들도 아니다. 완전 개보직들. 저것들은 저러고 밖에 나가서도 군대 갔다 왔다고 할 거 아냐. 병장이면 뭐하냐, 군복이나 나눠줄줄 알았지, 병신새끼들."
이 놈은 또 왜 이래. 무슨 피해의식이라도 있나.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입소대 조교가 이상하게 눈치 보는 느낌은 있더라니 .. 그런 거였나. 참. 아무리 그래도 각자 맡은 일이 있는 거겠지, 결국 너도 부러우니까 하는 소리 아니냐? 음 .. 부럽긴 하다.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3일마다 계속 바뀌어 들어오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라. 보급품 수량 확인하는 것도 완전 일이겠구만.
가볍게 이름 불러 가며 인원 파악을 하고, 이리저리 줄 맞춰 보고 하더니 걷는 연습 몇 번 시키고는 이내 차례대로 줄줄이 더블백 메고 걸어간다. 연병장을 나가서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음? 이 부대 안이 아닌 건가. 불과 3일 전 일이건만, 보호자들, 부모님들, 그렇게 가득하던 길들이 너무나 새롭다. 그 길을 이젠 우리들 이렇게 군복 입고 더블백 메고, 시멘트로 만든 것 같은 군화 신고 이렇게 걷고 있구나. 계속 걸어 가로수 양옆 가득한 큰 길로 접어드는데 문득 어제 오후 여기 청소하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아직 2월이라 쌀쌀한 날씨, 입구 길 청소한다고 몇 명 뽑아서 조교가 데리고 나갔었다. 그 60년대에나 썼을 법한 귀마개를 하고 내 손 두 배는 될 법한 거친 목장갑 같은 장갑 끼고. 그렇게 연두색 플라스틱 대비 들고 줄 지어 걸어와 이 길 쓸었었는데. 조교가 저 위에서 보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빗질 한답시고 슬슬 쓸면서 이런저런 얘기할 수 있는게 좋았다. 간만에 내무실 답답한 통제된 분위기를 벗어나 조금은 해방된 듯한 느낌도 좋았고. 별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 한참 속닥거리면서 킬킬대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녀석이 옆구리를 쿡 찌른다.
헉. 조교가 뭐라고 했나? 살짝 놀라 돌아보니 대답 대신 어딘가를 턱끝으로 가리킨다. 뭐야. 고개를 돌려보니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수줍은 듯 웃으며 걸어오는 웬 아가씨가 보인다. 3일. 꼬박 3일만에 보는 여자. 옆에는 손이 베일 정도로 다려진 군복을 입은 병장이 어깨동무를 한 채 같이 걸어오고 있다. 애인 사이? 애인인데 여기 부대 안 아닌가? 어떻게 같이 들어오는 거지?
"충성! 즐거운 휴가 되셨습니까!"
깜짝이야. 우리 인솔해서 청소하러 온 상병 조교 녀석이 우렁차게 경례를 붙인다.
"어어, 그래. 욕본다. 새로 들어온 애들이냐?"
"그렇습니다. 내일 들어갑니다."
"아, 이 녀석 우리 소대 녀석이거든. 애들 데리고 청소 나왔나 본데."
"아, 안녕하세요~"
와우. 목소리도 예쁘다. 왜 저런 오크 같은 녀석 옆에 붙어 있는 거지,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마구 뿜어대는 병장 녀석 그 여유의 포스는 감히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청소하는 척 폼만 잡으며 계속 흘끔흘끔 쳐다보는 우리들을 눈치챘는지 병장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뭘 쳐다봐, 이것들아!"
움찔. 뭐 좀 쳐다보면 안 되냐. 오크 주제에. 그리고 너 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오크든 인간이든 그래도 남자친구라고 옆에 그 긴 머리 여자도 우릴 바라보는데 싱긋 여유가 넘친다. 마치 자식을 다 키워내고 난 어머니가 다른 집 어린 자식들을 바라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과거 조선 시대 귀족이 행차하는데 길 옆 지나던 평민들 같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가 올려다 보기도 힘든 귀족 부인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
"잠깐 앉았다 갈래? 차 시간 몇 시였지?"
"6시 차, 괜찮아."
"그래? 그럼 잠깐 앉았다 갈 수 있겠네. 야, 청소 잘 하고 들어가라. 이따 보자."
"알겠습니다!"
길 옆에 공원처럼 좀 예쁘게 차려 놓은 곳으로 그 병장 녀석은 여자 친구 데리고 들어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다들 멍하게 사라진 쪽만 보고 서 있는데 상병 조교 녀석이 청소하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지. 뭐야, 괜히 우리한테 신경질이야 자식이. 아니꼬왔지만 내색은 못 한 채 마저 청소하는 척 빗질 슬렁슬렁 하고 있는데 상병 녀석이 혼잣말로, 아니 혼잣말이라기엔 조금 크게 우리들에게 다 들리라는 식으로 중얼 거린다.
"곧 제대할 새끼가 끝까지 깝치고 있어..여자친구 있다고 성인군자인 척 하기는, 씨발 조또."
헐.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 아까 앞에서는 그렇게 깍듯이 했으면서. 와, 진짜 .. 나중에 나중에 내가 병장 달고 해도 아랫놈들 중에 저러는 놈 있을 거 아냐. 세상 믿을 놈 하나 없구나. 그렇게 열받을 일도 아니었는데도 상병놈은 계속 씩씩대더니 청소 제대로 하라는 엄포를 놓고선 길 옆 구석으로 들어가 주저앉고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문다. 우왓 담배 .. 그러고 보니 이틀 동안 담배 한 대도 못 물었구나. 워낙 정신 없어서 담배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바람타고 우리 사이를 빠져나가는 상병 녀석이 뿜어낸 담배연기에 청소하는 녀석들 다들 한숨만 내쉰다.
"나도 나중에 병장 달고 하면 여자친구 데리고 와서 왕비처럼 애들한테 경례도 시키고 해야겠다."
뒤에서 별 시덥지도 않은 소리 해 놓고 좋다고 서로 킬킬대는 녀석도 있다. 병장이라. 병장. 그 날이 올래나. 지금이 2002년 2월 16일 .. 내가 병장 다는 날은 2003년 10월 .. 1년 하고도 8개월이 더 지나야 한다는 계산인데.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래나, 2003년 10월 16일 이시간엔 난 뭘하고 있을려나. 길 위에서 쓸던 대빗자루 짚고 서서 올려다본 하늘은 겨울이라 벌써 어둑어둑 노을이 가라앉는다. 감상에 젖기 딱 좋았던 노을, 문득 비디오 테잎을 거꾸로 돌리듯 하늘이 다시 환해진다 싶더니 그 길을 이젠 모두 더블백 메고 앞 사람 따라 마냥 줄지어 걷고 있다. 어딘가로, 또 알지 못할 곳으로 이렇게 무작정 따라 걷고만 있구나. 새로운 얼굴들과, 또 낯선 공간과, 당장 1시간 뒤에 무슨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답답함. 그렇게 우리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잠긴 채 3일 전 우리가 가족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걸어 들어왔던 입소대 입구를 향해, 묵묵히 거꾸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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