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토론의 기초 자세도 모르는 진중권> ..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한 평론가>.. 정도가 주된 요지였었는데 ..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사람이 흥분해서 떠들어댄게 마냥 틀린 말만은 아니구나 .. 싶은 게 영화를 보고 난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이죽거리면서 혼자 흥분해서 토론에 임했던 건 분명 제대로 된 패널의 자세가 아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 원래 진중권씨 스타일이 타고난 말싸움꾼이라고 하던데 그건 차치하고) 그건 어떤 Skill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었지 그가 지적한 부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관객들에 대한 평론가의 어떤 계몽의지가 담긴 차원의 오만한 목소리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중권씨가 그 싸움꾼 기질을 조금 버리고 유하게 상대방을 어울러 눕히는 Skill만 좀 갈고 닦았다면 보다 효과적인 의사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한 번 해 보며 .. (사실 그 사람 말한 내용에 동의를 못해서였다기보다는 그 사람 말투나 시종일관 보여준 이죽거림이 더 거슬리고 열받았던 부분이 컸던터라) 길게 쓴다고 해도 다 읽어주실 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는 거고, (분명 최근 블로그 스피어에서 디워라는 주제는 토할 정도로 식상한 주제이긴 하다) 본인도 길게 주절주절 쓰려기 보단 단지 자려고 눕기 전에 조금이나마 기억 남아 있을 때 간단히 정리해 놓으려는 정도이니 혹 아직 영화 보지 않으셨더라도 스포일러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좋겠다. (혹여나 있더라도 가려놓았다)
1. 스토리 : 스토리 빈약하다는 소리 하도 듣고 간 지라 거의 마음을 비웠는데도 이건 좀 너무하다. 어떤 그럴듯한 반전이나 메시지가 없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 (난 이런 뜻인 줄 알고 SF 괴수영화에 그런 게 무슨 필요냐 욕했었다) 이건 그냥 영화 줄거리를 누군가에게 요약 브리핑 받는 느낌이다. 차근차근 영화 속에 내가 빠져들고, 주인공들에게 내 감정이 이입되어 그들의 웃음 하나에 울음 하나에 비슷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아니라, 일요일 낮 TV 영화 소개프로에서 김경식이 줄거리 읊어주는 느낌이랄까. 이야기가 진행됨에 있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고 이해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 단지 후반부에 왜 이러한 CG들의 향연이 펼쳐지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명한다>.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이 안 된다. 왜 저래? 왜? 갑자기? 쟤네는 또 왜?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더라. (절대 눈 부릅 뜨고 트집 잡으려고 본 게 아니다)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죽거렸을 때 상당히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 빈정댔다는 게 잘못이지 영화를 보고 나니 딱히 틀린 말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에 크레딧 보니 각본/감독이 심형래 감독이던데 .. 각본은 솔직히 다른 분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각본이 실하지 못하니 어떤 1급 배우를 데려다 놔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칠 수가 없는 한계를 지닌다>던 진중권 씨 말, 영화 보면서야 비로소 무슨 말인지 동감했다. 여기에서 세세한 내용은 다시 다루거나 하진 않겠지만 진중권씨가 스포일러를 자청하며 까발렸던 세세한 내용들, 대체로 공감한다. (그래도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평론가라는 사람이 스포일러를 자청한 건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이어지는 스포일러
그냥 눈에 거슬리던 거 몇 개 생각나는대로만 뽑아보자면, FBI가 뜬금없이 출현해서 하는 행동들이나 , 순식간에 새라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남자주인공(그 여자가 L.A 산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 도무지 공감 안 되는 느닷없는 해변가 키스신(아무리 전생 연인이었다지만..내 그런 내색 없다가) , 여자 찾아 왔다면서 맞으면 어쩌려고 무식하게 퍼붓는 포탄이나 , 방패로 막으니 방패에만 총질하는 사람들이나(나중에는 총 맞고 쓰러지는 애들도 나오긴 하더라만) .. 나름 일부러 그런 거 같긴 한데 LA시내에 깔려 있는 한국 중고차들(에스페로니 르망이니 소나타니..)이나 , 마지막에 그 목걸이 힘만으로 너무 허무하게 평정되어 버리는 군대 , 용 불기둥 한 번에 뻗어 버리는 부라퀴 .. 하나하나 집자면 끝이 없다.
2. 연출 및 편집 : 아무래도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이 없어서일까. 기존에 보아 온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출이나 편집이 거칠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은 분명 있다. (물론 이보다도 못한 영화도 많이 있긴 하다) 조선시대 씬 같은 경우엔 그 이질감이나 어색함은 차치하고서라도 후반부에 비해 상당히 신경을 덜 쓴 듯한 (CG가 되었든 캐스팅 - 두 남녀 주인공 누구야 대체? - 이 되었든 연기가 되었든 분장이 되었든 거의 전체적으로) 느낌에 정말 이건 영화가 아니라 무슨 아동물 내지는 <진실 혹은 거짓>같은 TV 재연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앞서 스토리 관련하여 얘기했던 것처럼 마치 누가 F.F ▶▶ 버튼이라도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에 감정이입도 힘들고 모든 게 다소 뜬금없는 데, 이는 어떤 연출/편집기술 상의 미숙이라기 보다는 각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뭐 솔직히 연출이나 편집기술 조금 떨어져도 너무 심각한 수준 아니면 본인을 비롯한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게 사실이니) 후반부에 도시 시가전 같은 부분에서는 나름 박진감 있는 화면 즐길 수 있기도 했고.
3. CG : 이번 디 워 관련 논란에서 가장 핵심이 되고 또 많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인데, 영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된 탓인지 (7년이라 했던가?)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CG의 퀄리티도 점차 발전해 나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기대했던만큼의 대단한 CG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나 조선시대 씬에서 보여지는 CG는 - 각종 예고 동영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 2000년대 초반 PC 콘솔 게임의 오프닝 동영상 정도의 CG. 딱 그 정도다) 물론 계속해서 길어지는 제작기간에 자금상의 압박도 있었을테고 배급사나 투자사의 압박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디워>로 <용가리> 때의 실패를 만회해 보고자 마음 먹었다면 기존의 다소 부족한 (적어도 눈에 두드러지게 걸리는), 다소 미성숙한 CG기술로 제작된 장면들(조선시대 씬 전부!!)은 다시 수정보완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넘어오면서 꽤나 그럴 듯 하고 멋진 CG를 보여준다. 실사와의 이질감도 거의 없어지고, 특히 <LA시가전>이나 <악한 이무기와 선한 이무기(용)간의 대결>장면은 꽤나 괜찮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용의 눈물>은 좀 에러였다 ;; 순간 나름 진지하게 만든 씬인 듯 한데 영화가 개그가 되어버리더라-_-;;) 국내 순수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몇몇 성공했던 헐리우드 영화들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은 2%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고, 이 부족한 2%는 CG 기술 차이에서 오는 부분이라기 보다는 어떤 편집이나 연출기술 차이에서 오는 부족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CG기술 관련하여 로열티 지불하지 않고 순수 국산기술을 키워낸 심 감독의 개인적인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 제작자로서의 기회비용 운운하지 않더라도 그가 그것을 위해 보인 노력에는 경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 음악 : 맨 마지막 아리랑 흐르던 거 빼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거나 하는 음악이 없다. 한스 짐머 사단에 속해 있는 자브론스키가 음악을 담당했다고 하던데 .. 아리랑을 메인 테마 곡으로 삼아서인지, 아니면 다소 부족했던 스토리에 신경이 쓰여 음악에 정신이 닿지 못했던 건지, 딱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다. (솔직히 기억도 안 난다 ;; 그래도 딱히 화면과 겉돌거나 거슬리는 음악은 없었던 걸 보니 무난하게 간 거 같긴 하다)
5. 총평 : 어디에선가 어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심 감독이 그런 말을 했었다. 영화가 갑자기 한국 정서로 나가면 세계무대에서 백방 실패한다고. (그걸 누가 보겠냐고 했던가)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면서 익숙해지게 만든 다음에 조금씩 한국 정서 비중을 높여나가야 세계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무슨 말 하시려고 한 건지 취지는 얼추 알겠지만 ..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디 워>자체가 분명 조금씩 보여주면서 익숙해지게 만드는 그런 영화는 아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의 말만 따라 조금씩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하고 싶었으면 <디 워>를 통해 이무기라는 소재(분명 신선하다)를 전달하는 정도에서 그쳤어야지, This is Korean legend라던가 어색하기 짝이 없던 F.F▶▶모드 조선시대 씬은 정말 차라리 안 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외국인이 본다면 생소한 문화를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말많은 영화 끝난 후의 심형래 감독의 <디 워로 세계 정상에서 성공해 보이겠다> 크레딧은 정말 불필요한 사족이 아니었나, 아니 오히려 영화 자체에 마이너스 효과를 내는 절대 불필요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뭐 간혹 그 크레딧에 감동받는 분들도 계시긴 하더라만은) 지금까지 영화 보면서 감독의 그런 노골적인 메시지는 본 기억도 없었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생각에 <디 워>는 그의 자신감대로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작품은 아직까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차기작부터는 그러한 불필요한 크레딧은 내려라. 보기에 불편함은 둘째치고 개인적으로는 '구걸' 내지는 나 이렇게 힘들었다는 '어리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작품으로 승부하라. 제대로 된 작품만 낸다면 그 따위 크레딧 필요도 없을 테다. <미국가서 무릎팍도사 나갈 겁니까?>라는 진중권 씨 말, 너무 과격하긴 했어도 영화 보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무기라는 한국의 전설을 소재로 하여 다소 신선한 소재의 괴수 영화를 만드려고 했다는 점에 별 하나,
그래도 여태껏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상당한 수준의 CG를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또 별 하나,
그리고 7년간 갖은 고초 속에서 꾸준히 노력했을 <감독 심형래>가 아닌 <인간 심형래>,
그의 열정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 별 반 개 붙여 도합 별 두 개 반으로
<디 워>에 대한 개인적인 평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래도 별 하나 반짜리 개쓰레기 영화 <투사부일체>보단 높구나)
<용가리>에 비하자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으나 ..
CG 기술만으로 영화가 완성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용가리>에서 <디 워>로 넘어오며 보여준
이 발전 폭을 생각해 본다면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번엔 7년까지는 가지 말자)
하드웨어는 이만하면 됐다.
이젠 소프트웨어에 한 번 신경을 써 보자.
심 감독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