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그 '싸가지 없는' 소리인가 ㅡ 곰방대 집어던질 어르신들 많았을 게다, 옛날이었다면. 뭐..요즘이라고 해도 나이 스물넷 먹고 이런 소리 하면 어디 가서 뒷소리 듣기 딱 좋겠지만. 명절 때 친척들 다 모여 있는 자리에 가서 내가 "
." 라고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기는 개뿔 물론 불가능하다-_-;; 아마 그대로 뒷마당에 묻힐 지도 모르고. 언젠가 지나가다 들어 오셔서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던(무슨 신라 건국 신화냐;;) 그 이름 모를 스님께도 미안하고.
어려서부터 나중에 커서 뭐가 될 거에요 ㅡ 라고 물어보면 여타 다른 애들은 대통령이 될 거에요, 탤런트가 될 거에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될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과학자가 될 거에요, 등등등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싶다라고 했다는데 유독 나만 그 때부터 그런 건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댄다. 그저 엄청난 부자가 될 거라는 얘기만 했다는군-_-; 그 대여섯살 짜리 꼬마가 말이지-_-; 그 때의 어린 내 모습이나 지금의 이런 내 모습이나 많은 시간도 흘렀고 많이 변하고 생각도 자라난 건 사실이겠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ㅡ 라고 하는 것.
일단 미리 말해두자면..이어지는 스크롤의 압박이다. 무지 길다.=ㅂ=
물론 성공하기 싫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난 성공할 거고 성공해야 하고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자기최면을 하면 언젠가는..-_-;;) 성공은 하되 다만 유명해지기 싫다는 거다. 누가 언제 너 유명하다던? 이라던가. 유명해지는 게 네 마음대로 되는 문제인가 - 라고 태클을 건다면 할 말은 없다만. 뭐 이대로 살아도 그다지 유명해질 일은 없을 테니 별로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겠지만 사람 일이란게 또 어찌 될 지 모르는 일이고. 인터넷에 한 번 잘못 뜨기라도 하면 하루만에 천만명에게 얼굴 팔리는 무서운 세상이라.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하루 아침에 유명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강남역 파리바게뜨 길지빈님 사례를 보면서 조금은 무서웠다, 인터넷이라는 매체. (지금 막 관련뉴스 찾으려 야후에 가서 길지빈님 이름 쳤는데 프로필 사진이 뜬다-_-;; 인물검색 순위 66위다-_-;;)
나름대로 머리 굵어진다고 생각하고 이래저래 나중에 뭐 해서 먹고 살 건지 슬슬 걱정하기 시작한 그 때부터 예비역 복학생의 압박에 시달리는 요즘까지 생각은 이리저리 많이도 바뀌고 흔들리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공인은 하지 않는다ㅡ라는 것. 아나운서라던가, 연예인이라던가(시켜주지도 않겠지만), 이런저런
이른바 "얼굴팔리는" 직업은 일단 무조건 제외다. 웃긴 녀석이군, 대인 기피증이라도 걸린 거 아냐? 그런 정신 자세로 어떻게 성공을 바라냐. 네가 좋고 싫고 골라서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만만한 줄 아는 게냐 따위의 충고는 가볍게 반사.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그러면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ㅡ 라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난 내 얼굴이 팔리는 게 싫다. 길 가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아 보는 것도 싫고 이상한 루머가 도는 것도 싫고 스캔들이 나는 것도 싫고 항상 웃고만 살아야 하는 그 이중적인 연기도 잘 해 낼 자신도 없다. 신호 받고 제대로 들어가는데 신호 안 보고 달려 온 녀석이 내 차를 받았다고 하면 창문 내려 24년 갈고 닦은 욕 퍼붓기도 해야 하고 뒤에서 이유 없이 돌 던지는 녀석 있으면 바위라도 던져야 한다. 좋은 느낌 드는 사람과 아무런 주변 의식 없이 놀이 동산도 가야 하고 좋은 영화 있으면 영화도 봐 줄 수 있는 거고. 연인이든 부부든 살다 보면 다툴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또 다시 화해하고 지낼 수도 있는 거고. 만인에게 친절할 자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적어도 내게 돌을 던지는 녀석이라면 그 이상으로 되갚아 주는 게 내 방식의 인생 설명서다. 이걸 억누른채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한다면 분명 난 홧병에 몸져 눕고 만다. 받으면 그대로 갚아 준다. 그 피드백 시간의 길고 짧음은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날아온 돌에 피 철철 흘리며 해해 거릴 수 있을 만큼 내 레벨은 그리 높지 못하다.
이름이 싫다면서..무슨 딴 소리를 이리 해 대는 거냐 ㅡ 라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겠다;; 오늘 우연한 계기로 뭔가를 찾다가 아무 생각 없이 다음 검색창에 내 이름 석자를 쳐 넣어 봤다.
..결과는
지쟈쓰.
98년 나우누리로 PC 통신계 입문해서 이야기와 데이타맨프로와 함께 유머란 폐인이 되어 있던 시절을 거쳐 99년 나우누리 PPS(맞나?;; 무슨 영어 세 글자였는데) 서비스로 처음 인터넷을 시작한 그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내 웹상에 남아 있는 족적들이 가감없이 그대로 모두 화면에 떠올랐다.
어떤 검색엔 이메일 주소와 전화 번호까지 뜨더군;; 이미 닫혀 사용하지 않는 홈페이지까지 모조리 떠올랐다. 뭐야 하는 마음에 야후를 닫고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모두 쳐 넣어 봤다, 내 이름 석 자. 양의 조금씩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의 다 내 지난 족적을 고스란히 꺼내어 늘어 놓았다.
당연한 거 아니냐..검색창에 자기 이름 쳐서 그런게 나온다고 이름이 싫다는 거냐..물론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싸이월드에 사람 찾기라는 기능이 있다. 과거 아이러브스쿨이니 다모임 같은 동창찾기 사이트의 열풍이 싸이월드에서 재현되고 있는 건 모두들 알고 계실테고. 한 번쯤 자기 이름을 쳐 넣어 본 적도 있으실게다. 이름이 김지영이니 최은영이니 이영수니 박수진이니 흔한 이름 쳐 넣으면 도저히 찾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떠서 찾기를 포기한 경험 공감하실테다.
1970년부터 1999년까지 내 이름 딱 세 명 있다. 싸이월드 전에는 전화번호부에도 없는 이름이라고 애들에게 유명했고; 야후에서 이름 석 자 검색했을 때에도 총 47건. 혹시나 해서 옆에 친구 녀석 이름 쳐 넣어 봤더니 2085건. -_-;; 그나마 그 47건 중에 나와 관련된 건수가 20여건;; 몰랐는데 무슨 모모대학교 교수님도 계시더라는. 음. 그 세 명 있는 싸이 중 73년생 분은 죽은 싸이였고 80년생 분은 열혈 싸이er셔서 인사하고 서로 신기하다고 서로 반가워하는-_-;;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하면..적어도 오프라인에서 날 알게 된 사람들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연락이 끊겨도 어디에선가 내 이름 석 자를 듣게 된다면 그게 나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이다. 더군다나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는 80년생 분 하나랑 나. 달랑 두 명 있다. 그것도 싸이에서-_-;; 행여나 내 이름이 노출되는 일이라고 하면 언행을 함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그 사람에게 내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느냐의 문제가 아닌...그 사람 입에서 퍼져 나갈, 제 3자에게 전달될 나에 대한 그의 시각이 문제가 되는 거다. 그 비슷비슷하고 흔한 이름들 속에 쉽게 묻히거나 숨지를 못하고 항상 몇 안 되는 사람 사이에 서 있다 보니 어디서건 금방 눈에 띈다. 이것에 은근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더라..라는 이야기.
어찌 보면 사람들에게 그만큼 쉽게 기억될 수 있지 않겠느냐 ㅡ 라고 뒤집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지나치게 특수한 내 이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름이 웃기다거나, 챙피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이름이 말 그대로 나만의 고유 명사화 되는 게 나는 싫은 거다. 조금은 옛스러운 이름이어도 좋으니 좀 흔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쉽게 기억되고, 또 멀어지면 그냥 그렇게 쉽게 잊혀지고 묻힐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뚜렷히 기억된다는게 어떨 때엔 참 편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분명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부분이 좀 부담스럽고 싫다.
그저 그렇게 지냈던 관계라면 멀어졌을 때 역시 그냥 그저 그렇게 잊혀졌으면 좋겠다. 내게 있어 어떤 의미가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항상 싱글싱글대며 좋은 이미지로 나를 포장해야 하는 게 때로는 짜증날 정도로 피곤할 때도 분명 있다.
뭐..쓰다보니 또 미친듯이 길어져 버렸다-_-;; 술도 안 먹고 왜 이런 포스팅에 쉬지 않고 타이핑질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이 분량이면 내가 1시간 두들긴 분량이 된다는 걸 알아낸 것에 의미를 두고.ㅡ,.ㅡ
스님 죄송합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친구님들 죄송합니다
세상 살다 제 이름 들려 왔을 때 서슴치 않고 내 친구야 말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될 수 있게 열심히 살겠습니다(_ _)
나이에 걸맞지 않게 괜히 투정 한 번 부려 봤습니다(_ _)
결국 결론은 이상론인가...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