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시간 동안 중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간단한 시설 소개와 이런 저런 뻔한 정신 교육 .. ( 뭐 군대의 좋아진 점이라던가 .. 건강히 제대해야 인정을 받는다는 등의 .. 뭐 그런 )이 이어진다.
좋아, 다 좋은데 어디 좀 편하게 앉히기나 하고 말을 할 것이지 1시간동안 오리다리로 쭈그린채로 그 서슬에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더니 다리가 마비가 된 듯 하다. 힐끗 주변을 보니 다들 얼굴이 경직되어 있다.
이 곳이 우리가 훈련을 받을 훈련소는 아니고 입소대대라고 해서 군복 같은 여러 보급품을 지급받고 기본적인 여러 서류들을 정리하는 등의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란다. 3일을 여기서 머물고 훈련받을 교육 연대로 이동하게 된단다. 그리고는 부대 시설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 주는데 아 그런가보다 할 뿐 실제로 구별은 못하겠다. 들어도 다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 다 똑같이 생긴 건물에 .. 다 똑같은 옷 입은 군인들은 얼굴들도 다 똑같이 생긴 거 같고 .. 가뜩이나 정신 없는 이 분위기에.
생년월일 순서대로 해서 중대를 구별한단다. 지역별로 대충 앉아 있던 우리는 이름이 호명되면 나가서 뭔지 모를 노란 파일을 받고 그렇게 생일 순으로 줄지어 섰다. 나이 많은 순으로 차례로 9, 10, 11, 12중대란다. 81년생인 내가 10중대이니 뭐 그리 일찍 온 건 아니구나 .. 싶었다. 그래도 12중대라고 호명되는 아이를 보니 빠른 83도 있는 모양이다. 군대를 참 일찍도 왔네 .. 싶었다. 한 중대는 또 2개의 내무실로 나뉘었다. 이건 그냥 줄 선 순서대로 그냥 나눠서 들여 보냈는데 용케 난 같은 10중대인 가해랑 앞뒤로 눈치껏 맞춰 서서 같은 내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녀석들과의 생전 처음 겪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억의 공유..는 참 기분이 묘했다. 마치 대수능날 고사장의 그 묘했던 기싸움..의 느낌도 조금 나고. 무슨 교도소라도 들어온 양 서로 눈치를 살피며 아직은 낯선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하는 듯 하다. 태어나서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같은 날 같은 곳으로 입대했다는 것, 이 낯설고 익숙치 못한 상황을 함께 겪는다는 것에 대한 묘한 동질감은 이미 형성된 지 오래다.
조교가 우리를 내무실로 몰아 넣고 어디론가 간 사이 잠깐 고개를 휘 돌려 이 이상한 공간을 한 번 훑어본다. 어디선가 보아 왔던, 그 동안 내 머리 속에 <군대 내무실>이란 이미지로 만들어진 그 느낌과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벽이며 온갖 공간에 가득하게 낙서가 되어 있다.
<담배 내지 마라. 안 뒤진다. 쫄지 마라.>
<아..1997년 X월 X일 나도 군대를 오는구나.>
<3번 베개 속에 던힐이랑 라이타 있다. (구라 아님)>
<조교 OOO 새끼 개새끼>
<강원도로만 안 가면 된다 가면 죽는다>
<1, 3, 5, 7, 11, 27사단 이른바 메이커 부대로서 가면 안된다>
<엄마 보고 싶어요>
뭐야, 이건..무슨 수용소 낙서 같잖..
그 순간 뭐가 그리 급한지 복도 가득 울려 퍼지는 위압적인 쿵쿵거리는 조교의 걸어오는 발 소리. 그와 함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조교의 앙칼진 목소리가 각 내무실을 파고 든다.
-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제 물품을 자신의 앞으로 집어 던진다! 볼펜이나 칼 달린 손톱깎이, 그 무엇이 되었든 다 내려 놓는다! 담배나 라이터 짱박은 놈도 지금 내어 놓으면 별다른 책임 묻지 않겠다. 다만 차후에 뒤져서 나오면 그 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진다. 실시!
사 .. 사제물품? 대체 뭘 내어 놓으란 거야, 다들 순간 왁 시끄러워지며 웅성대는데.
- 엎드려!!
뭐..뭐야, 또?
- 엎드리라고 이 새끼들아!!
이젠 조금은 상황 판단이 빨라져 냉큼 엎드린다.
- 앞으로 내가 똑같은 얘기 두 번 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지시한 사항은 실시라고 크게 복창한 후 재빨리 행동에 옮긴다. 알겠나?
참..군대가 왜 그리 엿같다 엿같다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겠구만 .. 이건 완전 ..
- 알겠나!!?!
- 이..예에!! 예!!
- 기상!
일어나는 훈련병들의 모양이 파도를 탄다. 개중에는 손을 터는 친구들도 보인다.
- 엎드려!!
뭐야 또 .. 짜증은 나지만 반복 학습의 결과는 점점 우리의 반응 속도 기록을 경신시키고 있었다.
- 너희는 모두 한 배를 탔다. 무엇을 하든, 한 번에 움직이고 한 번에 행동한다. 알았나. 바로 일어나는 놈은 뭐고 꾸물대며 일어나는 놈은 뭐냐. 아까 손 턴 새끼는 어떤 새끼야?! 바닥이 그리 더럽냐? 연병장으로 나갈까?! 이 새끼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 .. 너 거기 눈 굴리지 마 이 새끼야!!!!
와, 이건 완전. 사람 혼을 빼 놓는구만.
- 다시 얘기한다. 자기가 아까 말한 위험한 것들을 소지하고 있다. 담배를 갖고 있다. 기타 갖고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을 갖고 있다면 지금 내어 놓는다. 바닥에 놓인 바구니에 지금 내 놓으면 조용히 넘어가지만 나중에 뒤져서 발각되면 그에 합당한 결과가 뭔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이미 머리 속을 가득 메웠던 이런 저런 군 입대에 대한 감상 따윈 하얗게 사라지고 없다. 그저 조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만이 귀 속에 따갑게 와 박힐 뿐이다.
- 일어나!
이젠 제법 차착 소리도 나는 듯 하다.
- 지금까지 얘기한거 실시한다, 실시!!
- 시..실시!!!
여기저기서 툭툭 소리를 내며 던져 낸다. 담배도 여럿, 칼 달린 손톱깎이도 있고. 핸드폰도 있다. 참 .. 뭐하러 다 들고 왔나. 딱히 낼 게 없던 나는 내무실 중앙에 놓인 바구니가 그렇게 차 가는 것만 바라 보고 있었다. 바구니에 저렇게 물건들이 차 가는 것처럼 내 군생활도 시간이 들어 차 갈 때가 올거야. 그러다 그 시간을 다 채우는 순간 난 멋지게 집으로 돌아가야지. 학교 사람들이랑 술도 마시고 공연도 하고 이젠 공부도 좀 하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별 것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엄살만 많았을까.
저걸 다 지니고 있었단 말야 싶을 정도로 바구니는 거의 가득해져 갔고 가득해져 갈 수록 내 군생활의 끝이 조금은 더 가까워 지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난 그렇게 계속 물건이 차 가는 바구니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좋아, 다 좋은데 어디 좀 편하게 앉히기나 하고 말을 할 것이지 1시간동안 오리다리로 쭈그린채로 그 서슬에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더니 다리가 마비가 된 듯 하다. 힐끗 주변을 보니 다들 얼굴이 경직되어 있다.
이 곳이 우리가 훈련을 받을 훈련소는 아니고 입소대대라고 해서 군복 같은 여러 보급품을 지급받고 기본적인 여러 서류들을 정리하는 등의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란다. 3일을 여기서 머물고 훈련받을 교육 연대로 이동하게 된단다. 그리고는 부대 시설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 주는데 아 그런가보다 할 뿐 실제로 구별은 못하겠다. 들어도 다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 다 똑같이 생긴 건물에 .. 다 똑같은 옷 입은 군인들은 얼굴들도 다 똑같이 생긴 거 같고 .. 가뜩이나 정신 없는 이 분위기에.
생년월일 순서대로 해서 중대를 구별한단다. 지역별로 대충 앉아 있던 우리는 이름이 호명되면 나가서 뭔지 모를 노란 파일을 받고 그렇게 생일 순으로 줄지어 섰다. 나이 많은 순으로 차례로 9, 10, 11, 12중대란다. 81년생인 내가 10중대이니 뭐 그리 일찍 온 건 아니구나 .. 싶었다. 그래도 12중대라고 호명되는 아이를 보니 빠른 83도 있는 모양이다. 군대를 참 일찍도 왔네 .. 싶었다. 한 중대는 또 2개의 내무실로 나뉘었다. 이건 그냥 줄 선 순서대로 그냥 나눠서 들여 보냈는데 용케 난 같은 10중대인 가해랑 앞뒤로 눈치껏 맞춰 서서 같은 내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녀석들과의 생전 처음 겪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억의 공유..는 참 기분이 묘했다. 마치 대수능날 고사장의 그 묘했던 기싸움..의 느낌도 조금 나고. 무슨 교도소라도 들어온 양 서로 눈치를 살피며 아직은 낯선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하는 듯 하다. 태어나서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같은 날 같은 곳으로 입대했다는 것, 이 낯설고 익숙치 못한 상황을 함께 겪는다는 것에 대한 묘한 동질감은 이미 형성된 지 오래다.
조교가 우리를 내무실로 몰아 넣고 어디론가 간 사이 잠깐 고개를 휘 돌려 이 이상한 공간을 한 번 훑어본다. 어디선가 보아 왔던, 그 동안 내 머리 속에 <군대 내무실>이란 이미지로 만들어진 그 느낌과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벽이며 온갖 공간에 가득하게 낙서가 되어 있다.
<담배 내지 마라. 안 뒤진다. 쫄지 마라.>
<아..1997년 X월 X일 나도 군대를 오는구나.>
<3번 베개 속에 던힐이랑 라이타 있다. (구라 아님)>
<조교 OOO 새끼 개새끼>
<강원도로만 안 가면 된다 가면 죽는다>
<1, 3, 5, 7, 11, 27사단 이른바 메이커 부대로서 가면 안된다>
<엄마 보고 싶어요>
뭐야, 이건..무슨 수용소 낙서 같잖..
그 순간 뭐가 그리 급한지 복도 가득 울려 퍼지는 위압적인 쿵쿵거리는 조교의 걸어오는 발 소리. 그와 함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조교의 앙칼진 목소리가 각 내무실을 파고 든다.
-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제 물품을 자신의 앞으로 집어 던진다! 볼펜이나 칼 달린 손톱깎이, 그 무엇이 되었든 다 내려 놓는다! 담배나 라이터 짱박은 놈도 지금 내어 놓으면 별다른 책임 묻지 않겠다. 다만 차후에 뒤져서 나오면 그 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진다. 실시!
사 .. 사제물품? 대체 뭘 내어 놓으란 거야, 다들 순간 왁 시끄러워지며 웅성대는데.
- 엎드려!!
뭐..뭐야, 또?
- 엎드리라고 이 새끼들아!!
이젠 조금은 상황 판단이 빨라져 냉큼 엎드린다.
- 앞으로 내가 똑같은 얘기 두 번 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지시한 사항은 실시라고 크게 복창한 후 재빨리 행동에 옮긴다. 알겠나?
참..군대가 왜 그리 엿같다 엿같다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겠구만 .. 이건 완전 ..
- 알겠나!!?!
- 이..예에!! 예!!
- 기상!
일어나는 훈련병들의 모양이 파도를 탄다. 개중에는 손을 터는 친구들도 보인다.
- 엎드려!!
뭐야 또 .. 짜증은 나지만 반복 학습의 결과는 점점 우리의 반응 속도 기록을 경신시키고 있었다.
- 너희는 모두 한 배를 탔다. 무엇을 하든, 한 번에 움직이고 한 번에 행동한다. 알았나. 바로 일어나는 놈은 뭐고 꾸물대며 일어나는 놈은 뭐냐. 아까 손 턴 새끼는 어떤 새끼야?! 바닥이 그리 더럽냐? 연병장으로 나갈까?! 이 새끼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 .. 너 거기 눈 굴리지 마 이 새끼야!!!!
와, 이건 완전. 사람 혼을 빼 놓는구만.
- 다시 얘기한다. 자기가 아까 말한 위험한 것들을 소지하고 있다. 담배를 갖고 있다. 기타 갖고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을 갖고 있다면 지금 내어 놓는다. 바닥에 놓인 바구니에 지금 내 놓으면 조용히 넘어가지만 나중에 뒤져서 발각되면 그에 합당한 결과가 뭔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이미 머리 속을 가득 메웠던 이런 저런 군 입대에 대한 감상 따윈 하얗게 사라지고 없다. 그저 조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만이 귀 속에 따갑게 와 박힐 뿐이다.
- 일어나!
이젠 제법 차착 소리도 나는 듯 하다.
- 지금까지 얘기한거 실시한다, 실시!!
- 시..실시!!!
여기저기서 툭툭 소리를 내며 던져 낸다. 담배도 여럿, 칼 달린 손톱깎이도 있고. 핸드폰도 있다. 참 .. 뭐하러 다 들고 왔나. 딱히 낼 게 없던 나는 내무실 중앙에 놓인 바구니가 그렇게 차 가는 것만 바라 보고 있었다. 바구니에 저렇게 물건들이 차 가는 것처럼 내 군생활도 시간이 들어 차 갈 때가 올거야. 그러다 그 시간을 다 채우는 순간 난 멋지게 집으로 돌아가야지. 학교 사람들이랑 술도 마시고 공연도 하고 이젠 공부도 좀 하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별 것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엄살만 많았을까.
저걸 다 지니고 있었단 말야 싶을 정도로 바구니는 거의 가득해져 갔고 가득해져 갈 수록 내 군생활의 끝이 조금은 더 가까워 지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난 그렇게 계속 물건이 차 가는 바구니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WORKS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군대이야기 6 - 입소대 - 식사 (8) | 2005/10/17 |
|---|---|
| 군대이야기 5 - 입소대 - 군복지급 (9) | 2005/10/10 |
| 군대이야기 4 - 입소대 - 내무실 입장 (9) | 2005/10/09 |
| 군대이야기 3 - 입소대 - 창고 뒤 공터 (8) | 2005/10/04 |
| 군대이야기 2 - 입소대 - 작별의 순간 (4) | 2005/10/03 |
| 군대이야기 1 - 입소대 - 입대 전날 (7) | 2005/10/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