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조그만 가방을 하나씩 준다. 공식 명칭은 군용 더플백이지만 부를 때는 그냥 떠블빽이라고 더 많이 부르는 듯 하다. 그리고 차례로 줄을 서서 어디론가 향한다. 복도는 좁고 네 개 내무실에서 모두 사람들이 기어 나오다 보니 복도에 네 줄이 꽉 차 완전 교통 체증이다. 그래도 덕분에 다른 내무실로 갈린 녀석들과 눈치 봐가며 얘기도 하고 떠들고 난리들이다.
그렇게 물품을 다 내고 나니 보아하니 저 끝으로 가서 무슨 내무실로 들어갔다가 나오게 되어 있는 듯 하다. 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그 들고 있는 더블백에 뭔가를 가득 담아 나와서 자기 내무실로 줄 서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차례가 되어 끝 내무실로 들어가 보니 마치 수학 여행 때 박물관을 견학하는 것처럼 내무실 내부를 휘 둘러 다시 하나뿐인 문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고 전시물들이 있을 자리엔 이런 저런 군용 물품들이 차례차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 주변을 휘 돌며 마치 부페 식당에서 자기 음식을 덜듯 차례차례 정해진 수량만큼 물건들을 집어 들어 자신의 더블백에 집어 넣는데 문제는 이것이 줄이 움직이는 속도가 꽤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얘기는커녕 그저 정신없이 자기 물건 챙겨 넣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 만져 본 군복은 이게 옷인가 싶을 정도로 사포처럼 너무 빳빳했고 이런저런 물품들에서 나는 이상한 군용 물품 냄새는 다시금 내게 군입대 사실을 재확인 시켜 주고 있었다.
다소 정신없는 물건 챙기기가 끝나고 모두들 자신의 내무실로 되돌아가자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 자신의 앞에 내려 놓으란다. 드디어 사복을 벗고 군복을 입나 보구나 싶어 옷을 벗고 그 속옷까지 국방색으로 되어 있는 군복을 입으려 하는데 갑자기 또 조교가 소리친다.
- 엎드려!!!
와라락.
이젠 제법 엎드리는 동작이며 소리들도 꽤나 착착 맞아 들어간다.
- 최대한 빨리 벗는다. 목숨을 걸어라. 제일 늦게 벗는 녀석 잡아낸다. 그리고 옷을 벗으라고 했지 누가 맘대로 군복에 손 대라고 했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상태로 제자리에 서 있는다. 알았나? 일어나는 순간부터 정확히 10초 센다. 일어났! !
와라락.
- 하나!
그래, 이게 군대지. 알아, 알아. 다만 잠깐 옷 받아 오면서 잊어 버렸을 뿐이라구.
- 둘!
오후 시간 .. 학교 애들은 방학인데 뭐하고 있으려나.
- 셋!
이 놈의 셔츠는 왜 또 단추가 말썽이야 .. 그냥 확 뜯어 버릴까? 가 .. 가만 이 옷 단추 이렇게 여는 게 아니던가?
- ..다섯!
스웨터를 빨리 벗는데 정전기가 얼굴을 할퀸다. 앗 따거라 .. 소리도 크다.
- ..일곱!
흘끔 보니 벌써 다 벗고 주변 눈치 보는 녀석들도 보인다. 으 ..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을 그냥 가볍게 입고 올 걸 그랬나. 겨울이라고 막 이리저리 껴 입었는데 ..
- ..아홉!
버 .. 벗었다! 다 벗었다. 겨겨우 가까스로 다 벗어 던지고 자리에 섰다.내가 10초안에 옷을 벗을 수 있구나. 옷이 안 찢어진게 신기하다.
- 열! 다 못 벗은 놈들 엎드렸!
우당탕.
열 명 남짓한 녀석들이 엎드린다. 생긴 것도 간사하게 생긴 조교 녀석이 그 녀석들에게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며 소리쳐 댄다. 주변 내무실에서도 다른 조교놈들이 소리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복도를 울린다.
- 10초가 부족했나? 똑같은 10초에 다 벗은 사람도 있다.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은 처음이니 그냥 넘어간다 .. 하지만 한 번만 더 이렇게 못 따라오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 때엔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진다 .. 알았나?
- 예!
조교는 뚜벅뚜벅 걸어가 엎드린 녀석들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 일어서.
와라락.
- 엎드려.
우당탕.
- 일어서.
와라락.
- 엎드려.
우당탕.
그래 .. 그 녀석들 혼내던 말던 그건 우리랑 상관 없는데 .. 우리 옷이라도 좀 입게 하고 나서 뭘 시키든지 해라 .. 이게 뭐냐 .. 나이 스물씩 넘고 마주보고 두 줄로 서서 옷도 하나도 안 입고 .. 이건 인권침해 아닌가.
- 일어서. 엎드려. 일어서. 엎드려.
녀석들은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해 반쯤 걸쳐진 상태로 정신없이 움직인다. 일어나다 미처 다 벗지 못한 바지에 다리가 걸려 다시 고꾸라지는 녀석들도 나온다. 그나저나 .. 우리들 꼴이 정말 완전 무슨 수용소 같다 ..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가스실에 완전 알몸으로 팽개쳐진 기분.
- 일어서! 말했듯이 한 번만 기회를 준다. 지금부터 아까 받아온 군복을 착용한다. 고무링이나 군화 끈 매는 법은 따로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일단 속옷과 겉옷까지 착용을 마무리할 것. 요대도 마찬가지다. 실시!
- 시..실시!
잠깐, 마지막에 뭐? 요 .. 요대? 요대가 뭐야 대체 .. 이건가? 허리띠를 요대라고 얘기하는 건가?
정신없이 옷을 입으며 문득 옆을 보는데 다들 사회에서의 자존심이며 성질이며 모두 버리고 너무 철저히 움직이고 있다. 조금은 슬퍼졌다. 뭔가, 같은 내무실에 아는 동생이라도 함께 있으면 너무 쪽팔릴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지에 다리를 껴넣는데 마치 마대 자루에 다리를 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옷이 맞긴 맞는 거냐고.
거칠기 짝이 없는 이상한 얼룩무늬 천조각에 내 몸을 끼워 맞추고 있자니 내가 이젠 정말 군인이구나..라는 사실이 더욱 처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정신없이 벗느라 마구 흐트러진채 아래 깔린 사복이 마치 원래 내 물건이 아니었던 듯한
이상한 느낌도 아울러 함께.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그렇게 물품을 다 내고 나니 보아하니 저 끝으로 가서 무슨 내무실로 들어갔다가 나오게 되어 있는 듯 하다. 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그 들고 있는 더블백에 뭔가를 가득 담아 나와서 자기 내무실로 줄 서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차례가 되어 끝 내무실로 들어가 보니 마치 수학 여행 때 박물관을 견학하는 것처럼 내무실 내부를 휘 둘러 다시 하나뿐인 문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고 전시물들이 있을 자리엔 이런 저런 군용 물품들이 차례차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 주변을 휘 돌며 마치 부페 식당에서 자기 음식을 덜듯 차례차례 정해진 수량만큼 물건들을 집어 들어 자신의 더블백에 집어 넣는데 문제는 이것이 줄이 움직이는 속도가 꽤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얘기는커녕 그저 정신없이 자기 물건 챙겨 넣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 만져 본 군복은 이게 옷인가 싶을 정도로 사포처럼 너무 빳빳했고 이런저런 물품들에서 나는 이상한 군용 물품 냄새는 다시금 내게 군입대 사실을 재확인 시켜 주고 있었다.
다소 정신없는 물건 챙기기가 끝나고 모두들 자신의 내무실로 되돌아가자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 자신의 앞에 내려 놓으란다. 드디어 사복을 벗고 군복을 입나 보구나 싶어 옷을 벗고 그 속옷까지 국방색으로 되어 있는 군복을 입으려 하는데 갑자기 또 조교가 소리친다.
- 엎드려!!!
와라락.
이젠 제법 엎드리는 동작이며 소리들도 꽤나 착착 맞아 들어간다.
- 최대한 빨리 벗는다. 목숨을 걸어라. 제일 늦게 벗는 녀석 잡아낸다. 그리고 옷을 벗으라고 했지 누가 맘대로 군복에 손 대라고 했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상태로 제자리에 서 있는다. 알았나? 일어나는 순간부터 정확히 10초 센다. 일어났! !
와라락.
- 하나!
그래, 이게 군대지. 알아, 알아. 다만 잠깐 옷 받아 오면서 잊어 버렸을 뿐이라구.
- 둘!
오후 시간 .. 학교 애들은 방학인데 뭐하고 있으려나.
- 셋!
이 놈의 셔츠는 왜 또 단추가 말썽이야 .. 그냥 확 뜯어 버릴까? 가 .. 가만 이 옷 단추 이렇게 여는 게 아니던가?
- ..다섯!
스웨터를 빨리 벗는데 정전기가 얼굴을 할퀸다. 앗 따거라 .. 소리도 크다.
- ..일곱!
흘끔 보니 벌써 다 벗고 주변 눈치 보는 녀석들도 보인다. 으 ..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을 그냥 가볍게 입고 올 걸 그랬나. 겨울이라고 막 이리저리 껴 입었는데 ..
- ..아홉!
버 .. 벗었다! 다 벗었다. 겨겨우 가까스로 다 벗어 던지고 자리에 섰다.내가 10초안에 옷을 벗을 수 있구나. 옷이 안 찢어진게 신기하다.
- 열! 다 못 벗은 놈들 엎드렸!
우당탕.
열 명 남짓한 녀석들이 엎드린다. 생긴 것도 간사하게 생긴 조교 녀석이 그 녀석들에게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며 소리쳐 댄다. 주변 내무실에서도 다른 조교놈들이 소리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복도를 울린다.
- 10초가 부족했나? 똑같은 10초에 다 벗은 사람도 있다.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은 처음이니 그냥 넘어간다 .. 하지만 한 번만 더 이렇게 못 따라오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 때엔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진다 .. 알았나?
- 예!
조교는 뚜벅뚜벅 걸어가 엎드린 녀석들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 일어서.
와라락.
- 엎드려.
우당탕.
- 일어서.
와라락.
- 엎드려.
우당탕.
그래 .. 그 녀석들 혼내던 말던 그건 우리랑 상관 없는데 .. 우리 옷이라도 좀 입게 하고 나서 뭘 시키든지 해라 .. 이게 뭐냐 .. 나이 스물씩 넘고 마주보고 두 줄로 서서 옷도 하나도 안 입고 .. 이건 인권침해 아닌가.
- 일어서. 엎드려. 일어서. 엎드려.
녀석들은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해 반쯤 걸쳐진 상태로 정신없이 움직인다. 일어나다 미처 다 벗지 못한 바지에 다리가 걸려 다시 고꾸라지는 녀석들도 나온다. 그나저나 .. 우리들 꼴이 정말 완전 무슨 수용소 같다 ..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가스실에 완전 알몸으로 팽개쳐진 기분.
- 일어서! 말했듯이 한 번만 기회를 준다. 지금부터 아까 받아온 군복을 착용한다. 고무링이나 군화 끈 매는 법은 따로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일단 속옷과 겉옷까지 착용을 마무리할 것. 요대도 마찬가지다. 실시!
- 시..실시!
잠깐, 마지막에 뭐? 요 .. 요대? 요대가 뭐야 대체 .. 이건가? 허리띠를 요대라고 얘기하는 건가?
정신없이 옷을 입으며 문득 옆을 보는데 다들 사회에서의 자존심이며 성질이며 모두 버리고 너무 철저히 움직이고 있다. 조금은 슬퍼졌다. 뭔가, 같은 내무실에 아는 동생이라도 함께 있으면 너무 쪽팔릴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지에 다리를 껴넣는데 마치 마대 자루에 다리를 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옷이 맞긴 맞는 거냐고.
거칠기 짝이 없는 이상한 얼룩무늬 천조각에 내 몸을 끼워 맞추고 있자니 내가 이젠 정말 군인이구나..라는 사실이 더욱 처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정신없이 벗느라 마구 흐트러진채 아래 깔린 사복이 마치 원래 내 물건이 아니었던 듯한
이상한 느낌도 아울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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