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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2004/10/28 17:45
내가 처음 내 돈을 모아 음반을 산 것은 1993년 발매된 DEUX 2집, DEUXISM이었다. CDP가 아닌 Panasonic카세트 인생이라 테이프를 사 들고 왔는데. 정말 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은 기억.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정비한 넥스트 2집부터 서태지와 아이들 등등등. 그리고 이어지는 가요 사랑에 가끔 뜻도 모르면서 그저 들입다 뚜들기는 시끄러운 노래만 듣고 가요는 노래도 아니다라는 건방진 녀석들을 보면 가서 테이프 뺏고 장난치던 기억이 문득 난다. 오아시스니 라디오헤드니, 당시엔 그저 똑같게만 들리던 곡들. 백번 천번 들어도 난 따분하기만 하고 뭐가 좋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어느 날.

가장 최고의 사이코 녀석이었다. 그 녀석 통해 락씬에 관심도 없던 내가 마릴린 맨슨을 알고 있었으니. 하도 들어서 외울 정도로. 여느 때처럼 그 녀석 카세트 들고 생각없이 이번엔 뭐 듣나 하고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그리고 터져 나온 노래, 이 노래. 나의 첫 ROCK 음반.

1. Father time
2. Will The Sun Rise
3. Eternity
4. Episode
5. Speed Of Light
6. Uncertainty
7. Season Of Change
8. Stratophere
9. Babylon
10. Tomorrow
11. Night Time Eclipse
12. Forever
Stratovarius - EPISODE (1996)

마침 테이프는 맨 처음으로 감겨 있었고 갑자기 시계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뭐야. 무슨 시계소리. 뭔가 뒤에 음악이 있나 싶어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째깍. 째깍. 더 선명해진 시계소리. 얼래. 이거 음악 테이프 아닌..

그 순간이었다. 심장을 울리는 - 그 순간의 느낌은 말 그대로 -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 것은. 그렇게 락 같은 건 시끄럽다고 싫어하고 잘난 척 마라고 괴롭히던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채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 음반을 다 듣고 말았다. 핀란드 출신이라느니 북유럽 메틀이라느니, 이런 장르를 멜로딕 스피드 메탈이라고 부르느니. 그 따위 것 하나도 모른채로도 그저 난 멍하게 음반 하나를 다 들었다.

뭐야, 이것들. 뭐지 이런 곡은.

몇 번째 음반인 지도, 몇 인조 밴드인 지도, 어디 나라 어떤 아저씨들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그 테이프만 1주일 동안 귀에 끼고 살았다. 카세트 주인 녀석에게 반사정 반협박을 해서 당시 하이텔을 다 뒤져 A4로 20여장의 자료도 받아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했으면 아마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지도..;;) 그 녀석을 통해 스트라토 베리우스의 다른 앨범과. 앙그라라던가 섀도우 갤러리, 심포니 엑스 등을 거쳐 킹다이아몬드 부두 앨범까지. 그렇게 락을 싫어하던 내가 반미친놈이 되어 애들에게 손가락질 받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시작했으니 (라인업은 물론 많이 변했지만) 이제는 꽤 원로축에 들어가는 아저씨들이라 뒤에 무서운 신예(소나타 아티카 같은;;)들이 마구 치고 올라오려 하지만. 요 근래에 티모톨키의 히스테리로 보컬 코티펠토와 갈등이 깊어져 찢어지네 마네 새 여자보컬을 영입하네 마네 시끌시끌하더니 일단은 다시 원래 라인업으로 가기로 해결을 본 듯 하다. 지금의 라인업이 최초로 함께 한 앨범이기도 하고. 근작 Elements Pt.2 에서는 조금 성의 없는 듯한 실망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나이를 좀 더 먹어서인지 요새는 스트라토보다 카멜롯이나 소나타 친구들에게 더 끌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 아저씨들 덕분에 난 ROCK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이 곡. 내가 처음 들은 멜스메. 블로그 돌아다니다 XROK님의 블로그를 보고 완전 삘받아서 바로 마구 휘갈겨 쓴 거라 글이 좀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다듬어지지 않은 글 통해서 지금 이 감정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에.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뭔가를 듣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1998년의 나.

그 때의 그 느낌.


가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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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S